“선생님이 시를 읽어주던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기쁨을 가르쳐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지난 4월 15일 오전, 경남 합천여자중학교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대구에서 철학관을 운영 중인 구말연(78) 씨는 최근 조선일보에 보도된 ‘글짓기 명문 합천여중’ 기사를 접하고 감동을 받아, 자신이 직접 집필한 시집<추억> 책과 함께 장학금 500만원을 학교에 기부했다.구 씨는 경남 합천군 용주면 죽죽마을(과거 봉산면) 출신으로, 현재는 대구에서 30년 넘게 철학관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합천여중 출신은 아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는 소식에 꼭 찾아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기부 배경을 밝혔다.그는 초등학교 3학년(노파국민학교 11회 졸업생) 시절, 당시 담임선생님이 매일 오후마다 시를 한 편씩 읽어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시를 누군가에게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성인이 되어 하나둘씩 직접 시를 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를 모아 자비로 한 권의 시집도 출간했다고 밝혔다.구 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학교 교무실을 찾아, 교장실에서 문성국 교장과 행정실장, 김수선 국어교사, 교무부장 등과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처음 100만원을 직접 전달한 데 이어, 이후 400만원을 추가로 기부해 총 500만원의 장학금을 전하며 “앞으로도 후학 양성에 힘써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문 교장은 “지역 어르신의 따뜻한 격려와 지원은 우리 아이들에게 큰 울림과 자긍심이 될 것”이라며 “학교 전체가 함께 이 감동을 기억하고, 더 열심히 교육에 힘쓰겠다”고 밝혔다.한편, 합천여중은 2023년 부임한 국어교사 김수선 씨가 만든 독서 동아리 ‘무궁무진’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지난해 전교생 158명 중 125명이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매주 금요일 아침,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글을 쓰는 모습은 지역 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합천신문 박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