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문화유산 국민신탁’ 지역 문화재 보존 해법 될까1. 국민과 함께하는 문화유산 국민신탁2.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잇다-①3.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잇다-②4.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 지키고 이어가다지역의 국보, 유적지, 사적지 등 문화유산을 관리·보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자체가 많다. 실제로 문화유산 관리에는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로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현실로서는 어려움이 따르는 탓이다.그 중 대한민국 대표 예향의 도시 통영시는 인구 11만의 작은 도시지만 국보, 유적지, 사적지 등 국가지정문화재와 경상남도 문화유산까지 더하면 78에 이른다. 우리나라 근현대 문화 예술계를 주름잡았던 거장들의 고향인 덕에 이들과 관련한 문화유산도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실정이다. 이번 기획취재는 대한민국 대표 예향의 도시 통영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한 필요성에서부터 시작됐다, 천년대계를 이어나가야 할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국가유산청에 신탁, 국가가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한다면, 더불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문화유산을 지키는 그 의미가 더 커지고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릉 도동리 일본식 가옥, 울릉문화역사체험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가치 있는 어제, 더 눈부신 내일로 문화유산 국민신탁” “문화유산 국민신탁은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찾아 영구히 보전하고 아름답게 가꿔 다음 세대로 잇습니다. 선조들의 빛나는 유산과 찬란한 지혜를 지키는 일,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국민신탁은 “국민(國民)이 믿고 맡긴다”는 의미로 문화유산 국민신탁은 국민 모두가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유산 매입, 증여, 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있다.과거 마을 공동체에서는 어장, 송산 등의 자원이 마을 주민 모두의 공동 재산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총유(總有) 형태의 공동소유는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게 했다. 문화유산 국민신탁은 이러한 전통 계(栔)의 정신을 이어받아, 모래알처럼 흩어져 사라질 위기에 놓인 문화유산을 우리 모두의 자산으로 보전하고 활용한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 위기에 처한 개별 문화유산을 매입하거나 증여받아 보전·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연구, 교육, 홍보 활동을 통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문화유산 국민신탁 제도는 민간 참여를 통한 보전 대상의 문화유산 매입 추진 등을 관리한다. 또한 문화유산 소유자·관리자와의 계약 체결을 통한 문화유산 위탁 관리도 가능하다. 보전 대상 문화유산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목록화 사업을 추진, 문화유산 소유자나 관리자와의 협약 체결을 통한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민신탁 운동의 확산과 발전을 위한 교육·연구 홍보사업과 국가, 지자체, 민간단체 등 상호 협력을 통한 문화유산 보전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군포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 공동체 정신으로 품는 우리의 문화유산 보전 책임2007년 국민신탁법 발효, 문화유산 국민신탁 출범2006년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이 제정, 문화유산 국민신탁 설립위원회가 발족했다. 이후 문화유산 국민신탁 사무국을 구성, 2007년 문화유산 국민신탁 창립총회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었다.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을 발효, 문화유산 국민신탁이 출범했다. 당시 초대 유영구 이사장이 취임했다. 같은 해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치고 문화유산 국민신탁 자문위원 위촉, 제12차 세계내셔널트러스트대회에 참가했다. 2008년 숭례문 복구 성금접수를 개시, ‘보성여관’과 ‘이영관 가옥’을 문화재청이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제1차 보전대상 문화유산 목록화 작업을 완수했는데 수도권에만 318건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 10년 기본계획을 수립, 2009년 제3기 정기총회를 개최해 ‘이상 옛집’ 터를 매입했다. 2010년에는 ‘박병선 기금’ 협약을 체결, ‘국내외 국가유산 긴급매입 단체’로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정받았다. 총 8점의 ‘명성황후 서한’을 경매를 통해 긴급 매입을 완료, ‘궁중우물 보전·활용협약’을 웅진코웨이와 문화재청이 체결했다. 제4기 정기총회에서 제2대 김종규 이사장이 취임했다.이후 문화유산 국민신탁 사무국을 ‘덕수궁 중명전’으로 이전하고, 중명전 전시관 운영을 개시했다. ‘문화유산 보전기금’ 후원약정 체결도 잇따르며 ‘경주 윤경렬 옛집’ 매입도 마쳤다.2011년 ‘경주 윤경렬 옛집’ 보전관리를 위한 업무협약과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 외 전답 등을 국민신탁 체결했다. 같은 해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를 개관, ‘정동길 근대유산 도보답사’ 프로그램을 운영·개시했다.2012년은 문화재청 문화유산교육 위탁운영을 맡았고, ‘정동 재발견-대한제국으로의 시간여행’을 문화재청과 공동주관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보성여관’을 개관,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문화재청 문화유산교육(방문교육·으뜸학교) 위탁운영, 위키트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SNS 홍보를 확장했다. 이 같은 다채로운 활동들을 통해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환수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여, 문화유산 국민신탁 제1회 회원의 날을 개최하면서 의미를 더했다.2014년 종로구 통인동 ‘이상의집’을 재개관, ‘송용억 가옥’ 관리단체를 지정하고 청소년 문화재지킴이 기자단을 운영했다. 2016년 부산 ‘문화공감 수정’을 개관, 대전 ‘소대헌·호연재 고택’을 개관, 2017년 ‘중명전’을 재개관했다.2018년 문화유산 국민신탁은 국가브랜드대상 문화부문 대상을 수상, 2019년 창립 12주년 기념행사와 더불어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과 함께하는 ‘이상과의 만남’ 행사를 개최했다. 이후 ‘인천 조흥상회’를 매입, 이듬해 관리단체로 지정했다.2021년 TV조선 지속가능 경영대상을 수상,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부문에서 수상했다. ‘전주 중앙동 구 박다옥’을 매입, 2022년 ‘전주 중앙동 구 박다옥’을 관리단체로 지정, ‘고흥 죽산재’와 국민신탁 체결했다. ‘제주 도련일동 감귤농장 및 창고’를 매입, ‘제천 명오리 고가’를 매입했다. 지난해에는 국가유산 사회공헌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인천 구 조흥상회덕수궁 관목식재 봉사활동 및 국가유산 체험‘걸어서 역사 속으로’·‘볼룬투어’(Volun-tour)문화유산 국민신탁은 덕수궁에서 진행되는 관목식재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 국가유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아가는 체험행사도 진행한다. 더불어 ‘신탁지 모내기와 벼 베기, 전통주 담그기 등 전통과 문화가 공존하는 종택에서 살아 숨 쉬는 생태의 신비를 체험하고, 국가유산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교과서와 역사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을 직접 경험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걸어서 역사 속으로’와 청소년들에게 우리 역사의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는 청소년 프로그램 ‘볼룬투어’(Volun-tour)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교육과 홍보를 통해 국가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유산 보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은 국가유산 보호와 보전의 의식을 높이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그 일환으로 청소년 역사연구 및 문화유산보전활동 발표대회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주변 국가유산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아티스트 팸투어’는 유명 작가와 함께 문화유산 국민신탁의 보전·수탁재산을 중심으로 답사를 진행해 국민신탁 운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회원 확대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작가의 작품을 활용해 중명전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향후 문화상품 기획 및 판매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활동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소장유물 특별전시’를 통해 동산유물 매입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그 가치를 향유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무엇보다 문화유산 국민신탁이 가진 힘은 사회공헌 활동에서 빛을 발한다. 현재 국가유산 사회공헌 추진 구조를 살펴보면 ‘지속가능한 국가유산 보호 협력 거버넌스 활성화를 비전으로, 국가유산 공공행정 효율성 및 전문성 향상, 기업의 국가유산 보호 사회공헌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현재 국가유산지킴이 협약기업은 ▲KB국민은행 ▲LG전자 ▲삼성물산 ▲서울옥션 ▲신세계조선호텔 ▲에르메스 코리아 ▲우리카드 ▲포스코 ▲현대건설 ▲효성 등 62개 기업에 달한다.울릉 도동리 일본식 가옥 내부. 글로벌 협력 국가유산 보전 눈길민간 문화유산 자연환경 영구 보전나아가 글로벌 협력으로 이루는 국가유산 보전도 눈길을 끈다. 189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민간차원의 문화유산 및 자연환경 영구 보전활동’인 국민신탁(National Trust) 운동은 2024년 기준 영국,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일본, 대만, 인도 등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민간주도·민관합작 등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는 2000년 민간차원에서 처음 도입된 후 2006년 특별법 제정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신탁 운동을 육성·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문화유산 국민신탁 관계자는 “문화유산 국민신탁은 민·관·산 협업 모델 구축을 통해 문화유산 분야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과의 관계성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적으로 매칭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함께하는 이탈리아의 FAI(Fondo Ambiente Italiano)는 1975년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를 모델로 설립된 국가유산 보전 단체다. FAI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최대 보유국인 이탈리아의 자연과 국가유산을 보호,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문화와 예술, 경관의 가치를 높이고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체코의 CNT(Czech National Trust)는 2014년 영구 내셔널트러스트를 모델로 설립된 국가유산 보전 단체다. CNT는 체코의 국가유산 보전과 복원을 위해 활동하며 특히 워킹홀리데이 봉사자들과 함께하는 복원 작업을 통해 국가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벨기에의 헤리타(Herita)는 2012년 세 개의 유산 보전단체들이 합쳐져 설립된 기구로서 국가유산 보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헤리타는 특히 자원봉사자의 역할을 중시, 방문객 안내, 가이드 투어, 유산 보전 작업 등 다양한 활동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하고 있다.말레이시아의 BWM(Badan Warisan Malaysia)는 1983년 설립된 국가유산 보전 기구로 빠른 개발이 이뤄지는 사회 환경 속에서 보전가치를 지닌 시민유산, 건축유산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일본의 JNT(Japan National Trust)는 일본의 뛰어난 문화와 자연 경관 지역을 보전하고 다음 세대에 연결해 가는 것을 목적으로 1968년 설립됐다. JNT는 지역의 중요한 문화·자연 유산을 보전·전달·연결함으로써 지역민의 생활 문화 향상과 지역 진흥에 기여하고 있다.문화유산 국민신탁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알리며, 국민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다. 효율적인 보전을 위해선 문화유산 소유자·관리자와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함께 누리는 문화유산의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