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위기 상황에서도 공무원에게 개인적인 업무를 요구하고 과도한 업무로 사양하자 군수와 부군수에게 감사를 요구하겠다고 협박까지도 한 악성 민원인 때문에 해당 공무원이 우울증 진단까지 받는 일이 발생했다.공무원노조 고성군지부는 이와 같은 악성 민원인 동향을 접수하고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공원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피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피해 접수 첫날부터 악성 민원인 A씨 관련 피해사례가 이틀 만에 23건이나 접수되는 등 그동안 많은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 A씨로부터 시달리면서 피해 제보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공무원노조가 접수한 피해사례를 보면 B 공무원은 A씨가 거의 매일 업무시간인 오후 4시쯤 방문해 개인적인 업무를 요구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넘어서도 업무를 요구할 때도 있었다.또한 전국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상황실 근무자로 근무할 때도 오후 7시까지 다른 업무를 요구해 업무상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이러한 과도한 요구에 B 공무원은 자신과 관련된 업무는 얼마든지 도와주겠지만, 과도한 업무량으로 사적인 업무는 도와주지 못한다고 하자 A씨는 ‘이 자식, 이런 놈들, 회화면에 큰 문제가 있다. 군수, 부군수 체면이 있으니 행안부에 감사 넣기 전에 군수, 부군수에게 감사 요구사항을 팩스로 보내겠다’라는 등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이 같은 일은 수개월 동안 반복되자 B 공무원은 괴롭힘과 갑질에 당하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고 피해 내용을 제보했다. 결국 B 공무원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공무원이 됐지만, 악성 민원인으로 다른 직업까지 찾아보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A씨는 B 공무원뿐만 아니라 수년간 공무원을 대상으로 업무시간은 물론 출장 중에도 복귀해 문서작성을 강요하는 등 개인적인 업무를 요구했다고 수많은 공무원이 피햬사실을 제보했다.또한 회의실이나 행정 물품도 개인 용도로 마음대로 사용하는 등의 내용도 적혀 있었다.C 공무원은 A씨가 일면식도 없는데도 다짜고짜 반말하고 본인 심기가 조금만 불편하면 욕설과 모욕을 받는 일을 당하기도 했다.또한 보조금을 신청할 때는 고분고분하다가 교부 결정 이후에는 사업 추진 시 상의나 협조하지 않고 정산 시에도 잘못된 부분을 보완 요청하면 자신이 책임진다는 식으로 그냥 올리라고 해 결국 담당 공무원만 감사에서 징계받는 일이 있었다고 제보했다.D 공무원은 A씨가 사적인 업무를 요구하면서 스킨십까지 해 성적수치심을 느꼈지만, 분란을 만들기 싫어 참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A씨 소유의 농작물이 호우피해가 발생하자 공무원을 동원해 농작물을 정리하게 하고 자신의 사업을 해달라고 요구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남도와 행안부, 농림부 등 상위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수많은 공무원이 A씨로부터 피해를 받은 내용이 공무원노조에 접수됐다. 특히 A씨는 직원들의 승진, 인사를 본인이 시켜주겠다는 식으로 습관처럼 말하고 승진을 위해 A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공무원도 있어 다른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공무원노조는 A씨와 관련해 피해사례 접수와 동시에 해당 피해사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김상민 공무원노조 고성군지부장은 “A씨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하면 조사과정에서 끝이 나겠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업무방해, 협박 등으로 고발하고 집회는 물론 상위 조직과 연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성 민원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공무원 사이에서는 A씨가 최소 10년 넘게 공무원들을 비서처럼 일을 시키고 있지만, 민원인 간의 갈등을 피하고자 과도한 요구에도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감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요구수준이 점점 과도해져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서도 재발 방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또한 악성 민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노조뿐만 아니라 군 고위 공무원은 물론 의회 등에서도 나서야 하며, A씨와의 관계 때문에 그를 옹호하며 조치 과정에서 피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