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첫걸음이 큰 발자취 되도록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 필요구전으로 내려오는 설화를 스토리텔링, 관광자원화 해야거창윈드오케스트라는 지난 2024년 10월 12일 거창문화센터에서 신라와 백제의 끝자락 거창읍 갈지마을과 마리면 영승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를 창작뮤지컬로 재탄생됐다.시월의 어느 날, 거창문화센터 공연장 무대 위에서 관람객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 속에 거창의 설화 속 주인공 선화공주가 새롭게 환생했다.이번 무대의 주요 줄거리는 서동으로 인해 궁중에서 쫓겨난 선화공주가 서동을 만나기 위해 백제로 떠나지만, 결국엔 서동을 만나지 못하고 신라와 백제의 국경인 거창 아홉산 취우령을 넘다 숨을 거두게 된다는 내용으로서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인 서동왕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되는 거창 아홉산 취우령은 ‘비를 취한다’란 의미로서 ‘선화공주의 죽은 넋이 눈물이 되어 뿌려지는 것’이라 전해지고 있듯 선화공주의 애틋하고 슬픈 사랑이 지금도 아홉산 취우령에 그대로 남아 있다.적국의 공주와 왕자의 신분으로 나눈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는 원수인 가문에서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비극적인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지금으로부터 약 1400여 년이 지난 오늘 거창윈드오케스트라 창작 음악극 ‘선화공주의 사랑’은 선화공주와 서동왕자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사랑 노래를 담고 있다.1막, 비교적 자유분방했던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신라가 뺏어간 미륵화신을 가지러 신라로 온 백제의 무왕인 서동왕자,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이 시작된다.2막, 서로 사랑에 빠졌지만, 선화공주가 황궁에서 나오지 못하자 서동은 산에서 마를 캐내어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노래(서동요)를 가르쳐 주었고, 급기야는 황궁까지 전해진 서동요로 인해 결국 선화공주는 귀양을 가게 된다.왕궁에서 열리는 기우제에서 선화공주를 찾던 서동왕자는 선화공주가 미륵화신임을 알게 된다.3막, 선화공주와 서동왕자의 사랑은 귀향지에서까지 이어지지만, 서동왕자는 선왕의 위독한 소식을 접하고 백제로 돌아가게 되고, 헤어짐과 그리움에 지친 선화공주는 서동왕자를 찾아 백제로 향하고 ,신라와 백제의 국경인 거창 아홉산 취우령을 넘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지금으로부터 약 1400여 년 전 거창은 지정학적으로 백제와 신라의 국경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래서 신라와 백제 사람들은 국가 간의 대치 상황과는 별개로 이곳 거창을 넘나들며 물건을 사고팔고, 정답게 이야기 나누며, 또 때로는 사랑도 꽃피웠을 것이다.그래서인지 거창에는 영승마을과 취우령, 갈지마을 등에서 선화공주와 서동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승마을에서 채록된 설화는 선화공주가 서동을 만나러 갔다가 도중에 죽고, 그 눈물이 비가 되어 취우령에 흩뿌린다는 이야기다. 또 선화공주가 서동을 만나러 갔다가 갈지마을에서 생을 다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그리고 지금까지도 백제의 왕자 서동과 신라의 선화공주의 이루지 못한 사랑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우리 고장에서 피어났던 오랜 선조의 사랑 얘기를 지인들과 차를 마시고, 술 한 잔 기울이며 자주 나누었던 터라, 필자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많았다.무대가 정비되고, 공연이 시작되면서, 울려 퍼지는 잔잔하고 구슬픈 멜로디가 감동의 순간으로 내 마음을 이끌었다. 무대의 장막이 올라가고 내려지듯 단락 구분이 되면서 공연이 진행 된다. 무대 양쪽 상단의 모니터를 통해서 선화공주와 서동의 설화가 문자로 재생되고 성우가 내레이션으로 낭송한다. 남녀 성악가 두 명이 번갈아 대사를 주고받듯이 공연은 이어졌다.공연이 끝나고 참석했던 많은 분들이 필자의 마음과 같이 공감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거창에서 1400여년 전 있었던 이루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의 얘기가 세기를 넘어 다시 피어난 모습에도 감동이 있었지만, 늘 목말라했던 우리 고장의 얘기로도 이렇게 뮤지컬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데서 희망과 감동이 있었을 것이다.이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한 사단법인 거창윈드오케스트라는 십여 년 전 거창에 만들어진 공연팀이다. 경남문예진흥원의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지원금으로 공연을 올렸다고 하는데, 제작비 액수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다보니 더욱더 생각보다 길었던 창작곡, 공연시간, 참여한 예술가들의 면면에서 공연 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선화공주의 사랑’은 창작 뮤지컬이다. 곡을 창작하고, 연습하고, 기획하고, 공연장 무대에 올리기까지 긴 시간과 노고를 쏟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하며 감탄했다.지난 여름 치러진 제34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종료된 후 평가보고회 등을 통해 나온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들은 거창의 역사나 설화를 소재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지역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었다.그러던 차에 이번 창작 뮤지컬 ‘선화공주의 사랑’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아닐 수 없다. 규모나 완성도, 철저한 역사적 고증 등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들이 많이 있지만, 말로만 필요하다면서 시도하지도 않고,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경남문예진흥원의 300만원 제작비로 만들어진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한 편의 뮤지컬이 완성되려면 곡을 창작하고, 희곡을 쓰고, 무대가 만들어지고, 연극이 펼쳐지고, 합창이 이뤄지고, 협주곡이 울려 퍼져야 한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거창윈드오케스트라라는 작은 단체에서 시작한 창작 뮤지컬이었지만, 앞으로 가까운 시일에는 예술총연합회와 같은 전문 예술단체와 협업 형태의 작품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지금은 로컬리즘이 주목받는 시대다. 우리는 지역이 곧 중심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여기에 더해서 예술과 문화가 살아있는 거창이 된다면, 지금 지자체에서 고민하고 걱정하는 지역소멸·인구소멸과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으며 귀농·귀촌을 통해서 살아보고 싶은 거창, 가보고 싶은 거창으로 자리매김하여 매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거창다운 작품이 많이 창작되어, 예술 문화도시 거창의 첫걸음이 큰 발자취가 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예술가들의 연구와 노력 등으로 훌륭한 지역의 예술적인 콘텐츠가 탄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백제와 신라의 국경, 아홉산 취우령 넘지 못한선화공주의 슬픈 사랑이야기 ‘설화로 전해져’이번에 무대에 올린 창작뮤지컬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는 이같은 내용을 모티브로 담아 제작했다. 지역이 융성하고 사람들이 몰려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나 설화를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 이처럼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최근 들어 지역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설화를 스토리텔링, 관광자원화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인구 3만에 불과한 인근 산청군은 ‘드라마 허준’을 콘텐츠로 스토리텔링,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대한민국 최고 한방관광의 메카로 자리 잡은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따라서, 거창군도 이번 기회에 백제와 신라의 끝자락에 위치한 마리면 영승마을과 거창읍 갈지마을, 취우령에 얽힌 세기의 로맨스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를 스토리텔링,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라 할 수 있는 지역의 관광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