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올해도 함양군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른바 ‘꿀벌 실종’ 현상으로 인해 지역 양봉농가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1월3일, 함양군 서상면 육십령마을에서 양봉농가를 운영 중인 정영록 씨는 4년째 지속되고 있는 벌집군집붕괴현상으로 인해 분통을 터트렸다. 정씨는 “2021년부터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해 4년 동안 1억 가까운 손해를 입었다”며 “올해는 조금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양봉업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함양군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보고된 벌집군집붕괴현상은 2021년 194농가 중 104농가(7703군집), 2022년 189농가 중 180농가(1만3357군집), 2023년 189농가 중 180농가(1만3300군집), 2024년 209농가 중 190농가(1만3800군집)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사례가 해를 거듭하며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세심하고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특히, 농업이 주요 경제 기반인 함양군은 지속되는 꿀벌 실종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겪을 우려가 크다. 벌집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현상으로,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돌아오지 못하면서 벌집 전체가 몰살되는 문제를 말한다.정씨는 함양군 농업기술센터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매년 시료를 채취해 원인 규명에 나섰으나,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그의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바로아 응애가 전파하는 날개변형바이러스로, 이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꿀벌은 날개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된다. 또한, 바로아 응애는 이스라엘급성마비바이러스(IAPV)를 전파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정부는 기존 방제제인 플루발리네이트 성분에 대한 내성으로 응애 피해가 커졌다고 보고 새로운 약제를 보급했으나, 여전히 꿀벌 실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정영록씨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5~6년 전부터 재선충 방제제가 사용되었고, 그 이후로 꿀벌 실종 현상이 시작됐다”며 “전문가들이 이번 형상에 대해 분석을 진행했겠지만,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은 방제제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유사한 피해를 겪고 있는 유림면의 A 씨는 지난해와 올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집붕괴현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이 크다”며 “작년에 700군이었던 꿀벌이 현재 200군으로 줄었고, 남아 있는 꿀벌도 힘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안의면의 B씨는 이상기후로 인해 가을철 사멸했어야 할 응애가 오랜 기간 잔류하면서 문제가 심화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가을철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응애가 완전히 사멸하지 않고 살아 남으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400군으로 시작했던 군집이 지금은 200군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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