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는 끝이 없고, 깨달음에는 때가 없다. 유복하지 못한 가정환경으로 공부의 뜻을 일찍이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 들었던 옛 어르신들. 이제 시간이 흘러 띄엄띄엄 한글을 읽어가는 손자들을 바라보니 당시 배우지 못한 서러움이 가슾 깊이 사무친다. 지금까지 꺼지지 않은 배움에 대한 열망, 세월의 야속함으로 머리와 몸이 내 마음 같이 따라 주지 않아 원망스럽다. 2월18일 함양군 소회의실에서 성인문해교육 졸업식이 열리며 배움의 꿈을 이룬 어르신들의 감동적인 순간이 펼쳐졌다.이날 졸업생은 초등 과정 5명, 중등 과정 5명, 중등 과정 수료생 1명으로, 특히 올해 처음으로 중등 과정 졸업생이 배출되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졸업식에는 졸업생과 가족, 지도교사들이 참석해 늦은 나이에 배움의 열정을 다한 어르신들을 축하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병영 군수는 졸업식에 참석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학습을 통해 새로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 성인문해교육을 확대해 더 많은 어르신들이 학습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졸업생들이 직접 작성한 졸업 소감문이다. 박점남 어르신(초등 과정)“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80세로, 학력 인정 초등 과정을 수료한 박점남입니다.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착용하고 수업을 들었지만, 배움의 기쁨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부산에 사는 딸이 저를 함양 평생학습관에 등록시켜 주었고, 덕분에 3년 동안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졸업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며,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애묘카인(초등 과정)“안녕하세요. 저는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에묘 카인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어가 서툴고 친구도 없어 외로웠지만, 좋은 기회가 생겨 한국어도 배우고 역사도 배울 수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꼭 고등학교까지 진학하고 싶습니다” 이금옥 어르신(초등 과정)“저는 함양읍 교산리에 사는 80세 이금옥입니다.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농협에 가서 이름을 적으라고 할까 봐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내 이름도 쓰고, 책도 읽으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늦게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우리나라에 감사드리며, 함양군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점이 어르신(초등 과정)“저도 함양읍 교산리에 살고 있는 박점이입니다. 어릴 적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한글반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간판도 읽을 수 있고, 영어 알파벳도 알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무엇보다 ‘아들아, 사랑한다’라는 글을 직접 쓸 수 있게 되어 감격스럽습니다. 늦은 나이에 공부한다고 뒷바라지해 준 자식들과 정성껏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판임 어르신(초등 과정):“함양군 지곡면에서 살고 있으며, 마천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제는 공부를 해서 내 이름도 쓰고, 어머니와 아버지 이름도 쓸 수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노영수 어르신(중등 과정)“저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채 늘 중등 과정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복지관에서 중등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졸업 증명서가 필요했는데, 한국전쟁으로 인해 제 기록이 모두 소실된 상태였습니다. 결국 다시 초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하고 중등 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년간 선생님께 배운 시간이 참 소중했으며, 졸업하는 순간이 오니 아쉽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계속 도전하겠습니다” 정규업 어르신(중등 과정)“안녕하십니까? 저는 안의면 신당마을에 거주하는 정규업입니다. 지난 80여 년을 살아오며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배고픈 시절을 견디느라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살았지만, 이제 나라가 부강해지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늦은 나이에도 배울 기회를 얻었습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채신 어르신(중등 과정)“올해 중등 과정을 졸업한 정채신입니다. 지금까지 공부하는 동안 많은 선생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생님들과 함께한 3년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임순화 어르신(중등 과정)“중등 과정을 배우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선생님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졸업하게 되어 눈물이 납니다. 저는 초등 과정부터 시작해 중등 과정까지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이런 교육 과정을 알아보고 저를 신청해 준 우리 딸내미에게도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허연순 어르신(중등 과정)“초등학교만 졸업한 후, 중등 과정을 계속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함양에 사는 친구가 중등 과정이 개설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고, 망설임 없이 신청했습니다. 가족들도 많이 격려해 주었고, 함께 공부한 선생님과 학우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