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농자재값 다 올랐는데 지난해보다 가격을 못 받으면 농민들은 죽으란 말인가” 함양군 올해 양파 수매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게 확정되면서 지역 농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생산량은 늘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함양농협은 6월 17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양파(20kg 기준) 수매 가격을 상급 1만3000원, 중급 9000원, 하급 4500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급은 1000원, 중급은 2000원, 하급은 1000원 각각 낮아진 수준이다. 수동면과 지곡면 역시 동일한 가격으로 수매 단가를 결정하면서 지역 양파 재배 농가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농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등한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 유류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한다. 양파 농가 A씨는 “적어도 양파 가격이 1만4000원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수익이 남는다”며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까지 전부 오른 상황인데 오히려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됐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협 계약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새로운 판로를 찾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는 전국적인 생산량 증가가 꼽힌다. 정영재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올해는 조생종 양파부터 중만생종까지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았다”며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전국적으로 공급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보다 가격이 1000원가량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파 주산지의 수매 가격도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함양보다 앞서 가격을 결정한 전남 무안군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올해 중만생양파 수매가를 1만3000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어 무안 운남농협은 1만1000원으로 확정했으며, 전남권 다수 농협 역시 1만2000원 안팎에서 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산지 가격이 하락하자 생산자단체의 집단행동도 이어졌다. 지난 5월 15일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함양·김천·완주·무안 등 전국 주요 양파 주산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양파밭 갈아엎기 투쟁’을 진행했다. 협회는 정부를 향해 1kg당 800원(20kg 기준 1만6000원)의 최저생산비 보정과 함께 긴급 수매 비축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가격 안정을 위한 폐기 대신 취약계층이나 군부대 등에 무료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지만, 농가들은 이 역시 시장 공급량 증가로 이어져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한 농민은 “농산물은 많이 생산해도 가격이 떨어지고, 적게 생산하면 수확량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풍년이 반갑지 않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산비 보전과 수급 조절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