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양산 유권자들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율만 놓고 보면 8년 전과 닮아 있었다. 당시 양산은 처음으로 60% 벽을 넘어선 60.8%를 기록했고, 그 결과 사상 첫 민주당 시장이 탄생했다. 이번에도 민주당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어게인 2018'을 기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국민의힘은 나동연 후보를 4선 시장으로 만들었고 양산시의회 과반 의석도 지켜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경남도의원 7석 가운데 5석을 차지하며 약진했다. 2022년처럼 국민의힘이 지방권력을 독식한 것도 아니고, 2018년처럼 민주당 바람이 전면적으로 확산된 것도 아니었다. 유권자들은 시장은 국민의힘, 도의회는 민주당, 시의회는 다시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누군가는 이를 '견제와 균형'이라 평가하고, 또 누군가는 '보수 우세 속 권력 분산'이라 해석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승패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는 점이다. 2026년 지방선거는 양산정치의 현재를 보여줬고, 앞으로 4년 동안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드러냈다.■ 2018년을 닮았지만, 결과는 달랐다이번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2018년을 떠올리게 했다.2018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였다. 2026년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만에 실시된 전국 단위 선거였다. 높은 국정 지지율과 60%대 투표율까지 겹치면서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실제 민주당은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7석 가운데 5석을 확보하며 2022년 전패의 수모를 씻었다. 물금·범어 제1선거구, 물금·원동 제2선거구, 동면 사송권 제4선거구, 덕계·평산 제6선거구, 동면 석산·양주 제7선거구를 가져가며 도의회를 탈환했다.하지만 선거의 무게중심은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 양산시장 선거에서 나동연 후보는 9만2676표(51.04%)를 얻어 조문관 후보를 3789표 차로 따돌렸다. 양산시의회 역시 국민의힘이 11석을 확보하며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물금·원동 나선거구와 덕계·평산 사선거구 등 3인 선거구에서 각각 2석씩 확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이번 결과는 '높은 투표율이 곧 민주당 우세로 이어진다'는 과거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유권자들은 중앙정치 흐름에만 반응하지 않았다. 시장 선거에서는 행정 경험과 시정 연속성을, 도의원 선거에서는 정권 견제 심리를, 시의원 선거에서는 지역 조직력과 생활정치를 각각 따로 판단했다.2018년이 정치적 바람의 선거였다면, 2026년은 선택 기준이 더욱 세분화된 선거였다.■ 양산시장 선거의 상징성, 다시 고개 든 보수 우위론양산 정치의 중심에는 언제나 시장 선거가 있었다.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양산시장 선거는 대부분 보수정당 또는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들이 승리했다. 손유섭, 안종길, 오근섭 시장을 거쳐 나동연 시장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양산은 자연스럽게 보수 강세지역으로 인식됐다.변화는 2018년에 찾아왔다. 촛불 정국과 정권교체 바람 속에서 민주당 김일권 후보가 당선되며 사상 첫 민주계 시장이 탄생했다. 당시에는 "보수 텃밭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시장뿐 아니라 도의회와 시의회까지 민주당이 약진하면서 양산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뒤따랐다.그러나 2022년 국민의힘은 시장직을 되찾았고, 2026년 나동연 시장이 다시 승리했다.물론 이번 선거를 과거식 보수 텃밭의 완전한 복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도의원 5석을 확보했고 시장 선거 역시 2.09%포인트 차 접전이었다. 이제 양산은 어느 정당도 안심할 수 없는 경쟁 구도가 형성된 지역이 됐다는 분석이 가장 정확하다.그럼에도 시장 선거만 놓고 보면 보수 우위 흐름이 다시 확인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정치 환경 속에서도 국민의힘이 시장직을 지켜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2018년이 보수 우위 신화를 무너뜨린 선거였다면, 2026년은 그 신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선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양당 독식 구조' 더 좁아진 정치 다양성이번 지방선거가 남긴 가장 큰 정치적 숙제는 정치 다양성의 후퇴다. 대표적 장면은 양산 최초의 무투표 당선이었다.동면 사송권을 관할하는 양산시 마선거구는 민주당 박선주 후보와 국민의힘 정숙남 후보 두 명만 등록하면서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됐다. 선거가 치러졌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선택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배경에는 선거구 분구가 있었다. 기존 3인 선거구였던 동면·양주지역이 인구 증가에 따라 두 개의 2인 선거구로 나뉘었다. 결과적으로 양당이 각각 1석씩 확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소수정당과 무소속 후보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더욱 좁아졌다.실제 이번 선거에는 진보당, 조국혁신당, 무소속 후보 등 모두 6명의 비양당 후보가 출마했지만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결국 시의회와 도의회는 다시 거대 양당 중심 구조로 재편됐다.선거구 분구는 인구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양당 독식 구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방의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무투표 당선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양산 정치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협치냐 대립이냐" 민선 9기의 첫 시험대이번 선거 이후 양산 정치가 마주한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협치다.시장 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했지만 중앙정부는 민주당 정부다. 양산지역 도의원 7명 가운데 5명도 민주당 소속이다. 정치적 색깔이 서로 다른 권력이 공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양산이 추진해야 할 핵심 사업들이 대부분 중앙정부와 경남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부울경 메가시티, 동남권순환광역철도, 부산대 유휴부지 활용, 물금역 KTX 정차 확대, 광역교통망 구축, 동부양산 발전 전략 등은 어느 하나 양산시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업들이다.나동연 시장 입장에서는 4선 성공이 정치적 승리인 동시에 새로운 부담이기도 하다. 이제는 선거 승리보다 성과가 중요하다.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협력을 통해 국비 확보와 정책 실현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반대로 민주당 역시 도의회 다수 의석 확보에 만족할 수는 없다. 견제를 위한 견제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만드는 책임 있는 야당 역할을 요구받게 된다.결국 시민들이 시장은 국민의힘, 도의회는 민주당을 선택한 것은 일종의 균형과 견제의 메시지일 수 있다. 앞으로 4년은 누가 더 많은 권력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 신인 실종… 지방정치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나이번 선거는 또 하나의 현실을 보여줬다. 바로 정치 신인 기근 현상이다.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상당수 지역에서 후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추가 모집과 재공모를 반복해야 했고, 일부 선거구는 막판까지 후보를 찾느라 진땀을 흘렸다. 국민의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처럼 공천장을 받기 위해 수많은 후보가 몰리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상당수 선거구에서 전·현직 의원들이 다시 출마했고, 도의원 선거 역시 기존 정치인 중심으로 치러졌다.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지방의원 역할에 대한 매력은 줄어들고 있다. 정당 역시 새로운 인물 발굴보다 검증된 인물 재활용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결국 양산 정치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와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지방정치의 미래는 결국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의 승리와 민주당의 반격이 동시에 기록된 선거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드러난 구조적 과제들이다. 양당 독식, 협치의 필요성, 정치 신인 부족이라는 문제는 어느 한 정당의 승패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선거는 끝났지만 양산 정치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4년 동안 누가 더 많은 성과를 만들고, 누가 더 나은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2030년 지방선거의 승자도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