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필자는 함양 안의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해 거창과 가까이 지냈다. 그 시절, 자주 찾았던 거창은 단순한 인근 도시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마을 어귀마다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넘쳤고, 지역민들은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교육도시 거창’이라는 말이 단지 수식어가 아닌, 삶의 일부분처럼 느껴졌다.실제로 거창은 군 지역으로는 보기 드문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무려 8개의 고등학교와 1개의 특수학교, 2개의 대학교가 조화를 이루며 성장해왔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고등학교들도 여럿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단지 학교 수의 문제가 아니라 거창이 오랜 세월 교육을 중심 가치로 삼아온 고장이라는 점을 방증한다.하지만, 그 찬란했던 교육의 도시도 지금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저출생이다. 2024년 거창의 출생아 수는 210여 명에 불과하다. 10년 후의 교실 풍경을 상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학생 수 감소는 고등학교의 소규모화를 불러오고, 이는 고교학점제의 정상 운영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과목 선택의 폭이 줄고,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이대로 간다면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은 가속화될 것이고, 이는 곧 지역 공동체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거창이 다시 ‘교육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지역 전체의 협력이 절실하다.필자는 이를 위한 실질적 대응책으로 ‘거창미래교육발전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교육자, 행정가, 학부모, 지역 기업, 청년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이 협의체는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교육 방향을 설계하고 실현해나가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농촌형 소규모 고교에 특화된 학점제 운영 방안, 마을과 연계한 프로젝트 학습, 지역 자원을 활용한 진로 교육 등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지역을 살리고 사람을 지키는 힘이다.거창은 호국의 고장이며, 동시에 교육의 고장이다. 나라를 지켜낸 호국의 정신처럼, 이제는 교육의 정신으로 거창의 미래를 지켜야 할 때다. 다시, 교육으로 거창을 설계하자. 지금이 그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