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끓는 바다, 통영 수산업의 비상경고2. 바다가 변한다, 수산업의 미래는?3. 지속가능한 수산업, 기후위기 대응책은?4. 기후위기 시대, 수산업의 생존 전략지난해 여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는 바닷물을 끓어오르게 했다. 유례없는 고수온이 최장기간 유지, 통영의 수산업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씨알이 굵고 빨갛게 영글어야 할 멍게가 30도의 뜨거운 바닷물에 삶기다시피 녹아내렸다. “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끓는 지구의 시대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23년 7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선언한 말이다.지난해 여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는 바닷물을 끓어오르게 했다. 유례없는 고수온이 최장기간 유지, 통영의 수산업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씨알이 굵고 빨갛게 영글어야 할 멍게가 30도의 뜨거운 바닷물에 삶기다시피 녹아내렸다.통영에서 27년 멍게양식업을 해온 어업인은 눈앞의 참담한 현실이 꿈이길 바랬다. 그는 이번 사태를 재해가 아닌 재앙으로 표현했다.통영은 어류 양식장의 피해가 가장 큰 곳이었다. 고수온에 취약한 조피볼락, 말쥐치, 넙치, 볼락, 참돔, 농어, 강도다리 등 10개 어종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굴도 타격을 받았다. 빈산소수괴(산소 부족 물덩어리)까지 겹쳐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이처럼 기후위기가 불러온 해양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수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는 일시적 피해가 아니라 장기적인 생태계 변화와 산업 구조의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통영의 어업 종사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고수온과 빈산소수괴 현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기존의 어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한산신문의 이번 기획취재는 기후위기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어업 종사자들의 노력과 정부·학계의 대응 전략을 조명한다. 또한 친환경 양식 기술, 어종 전환, 해양 보호 정책 등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대안을 모색, 기후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어업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고자 한다.기후위기에 따른 영향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끓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산업의 대응 전략,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남해안 사상 최장의 고수온 특보 발효멍게 95% 전량 폐사, 재해 아닌 재앙무력한 대응체계…턱없이 부족한 보상“27년 멍게 양식 인생에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참담한 현실이 꿈이었으면 싶습니다”지난해 여름, 바닷물이 ‘펄펄’ 끓었다. 남해안 해역에 사상 최장의 고수온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멍게 양식장은 사실상 전멸했다. 특히 우리나라 멍게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통영은 피해의 직격탄을 맞으며, '수산1번지'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충격을 받고 있다.지난해 8월, 최고 수온 30℃를 기록한 통영 한산도 외해. 양식 어업인이 멍게 봉줄을 끌어올리자 텅 빈 껍질만이 줄줄이 달려 나왔다. 붉고 통통하게 여물었어야 할 멍게는 이미 삶긴 듯 녹아버린 상태였다.멍게는 저수온성 생물로 최적 수온이 13~15도이고, 수온 24~25까지 견디지만, 이 수온을 뛰어넘는 고수온이 계속되면서 양식 멍게 피해 규모 또한 역대 최대로 심각한 상황이 지속됐다.한 멍게 양식어업인은 “고수온에 대비해 어장을 외해로 옮기고 수심 조절도 했지만, 30도를 넘나드는 수온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틀 만에 껍질만 남았다”며 참담함을 토로했다. 그의 피해액은 10억원에 달한다.결국 올봄 출하 예정이던 멍게는 거의 전량 폐사했다. 매년 3월 열리던 ‘멍게 초매식’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멍게수협은 “올해 봄 출하량은 거의 없으며, 멍게 유통마저 어렵다”고 밝혔다.폐사율은 최대 97%, 피해액은 통영 지역만 7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양식 멍게의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서 어민들의 소득 감소는 물론, 지역 경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더 큰 문제는 대응 체계의 미비다. 멍게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이지만 자부담률이 높아 가입률이 저조하다. 게다가 현재 피해 보상 한도는 1인당 5천만원에 불과한 실정. 멍게수협 김태형 조합장은 “피해액이 10억원이 넘는 어가도 수두룩하다. 현실을 반영한 보상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지난해 여름은 폭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표층부터 하층까지 바다 전체가 뜨거워지는 전례 없는 수온 상승이 있었다. 과거에는 수심 조절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지난해는 그 방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 지속가능한 멍게 산업을 위한 기후변화‧환경대응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관계기관 기후변화 대비 수산업 대응 전략 논의장기적인 해양 자원 관리, 어업인 생계 보장 필수지난해 경남 남해안 전역에서 발생한 양식어류 폐사는 1천848만 마리, 피해 신고액은 3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중 1천800만 마리가 통영에서 폐사됐으며, 전체 피해액 중 80% 이상이 통영에 집중됐다. 어종은 조피볼락, 넙치, 참돔, 농어 등 고수온에 취약한 어류들이었다.정부와 경남도는 재난지원금을 우선 지급하고, 피해 어가에 추가 지원하는 등 피해 최소를 위해 나섰다. 긴급경영자금 융자, 기존 정책자금의 상환유예 및 이자 감면 조치도 병행됐다. 하지만 피해 어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수협과 경남도는 피해 어가 지원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 가능한 양식 시스템과 품종 개발, 외해 양식지 확대 등 구조적 대안을 모색 중이다.경남도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단기·장기 대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도는 지난해 11월 기후변화 대비 수산업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수협, 어업인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기후의 변동, 고수온 피해 증가와 더불어 기후변화가 경남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발생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면역증강제 공급사업 확대, 이상수온 대응 장비 지원, 양식수산물 재해 보험 등 기존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아울러 도 수산자원연구소에서는 내년 산업화를 목표로 연구를 시작한 벤자리를 비롯 잿방어, 바리류 등 경남 해역에 적용 가능한 고수온 대응품종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스마트 양식시스템 구축으로 양식 기반을 다지고, 2022년부터 수산과학원과 연구소 공동으로 참돔 및 참굴 등 기존 양식 품종의 육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고수온 내성품종 개발을 위한 경상남도 수산육종연구센터 건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을 확고히 했다.하지만 올해도 고수온과 적조 등 바다 상황은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이다.기후위기라는 복합 재난 앞에 기존 대응책은 무력했다. 바다 수온이 예년보다 일찍 상승하고, 장기화되며 표층·중층·하층이 동시에 뜨거워졌다. 어민들이 더 이상 자연의 흐름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해양환경의 변화가 몰아치고 있다.생계가 당장 끊긴 어민들에게는 미래보다 오늘이 더 급하다.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해양 자원 관리와 어업인들을 위한 생계 보장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