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포럼 및 전통한지 전시회가 함양에서 열렸다. 문화유산으로서 전통한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추진 중인 이 포럼은 지난 2021년 안동을 시작으로 문경, 전주, 서울, 완주 등에서 이어져 왔다. 함양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아홉 번째로, ‘한지의 날’인 지난 10월10일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함양문화예술회관 1층 로비에서는 ‘천년을 이어온 함양의 전통한지’를 주제로 한지 관련 전시가 열렸다. 함양 이상옥 한지장 보유자가 만든 전통한지 5종과 한지 제작도구, 한지 생산 관련 사진이 전시됐으며, 박정숙 공예명장의 염색제품과 전혜경 작가의 한지(지승) 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강안구 장인이 만든 서책 제작 시연 등을 선보였다. 소공연장에서 열린 1부 개회식에서는 함양에서 전통한지를 만들어온 마천면 창원마을 어르신들이 한지살리기재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2부 학술포럼에서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성과와 지속가능한 전승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았다. 함 원장은 “한지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마을공동체를 단위로 하는 무형유산”이라며 “전통한지의 세계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은 공동체 기반의 회복과 전통지식에 대한 심층적 이해 위에서만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서는 △이진식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의 ‘AI 및 탄소저감시대, 한지 산업의 혁신 및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 △최태호 충북대학교 목재종이학과 교수의 ‘한지·화지·중국지의 원료 및 제지 특성’ △정선화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연구사의 ‘고문헌 조사를 통해 확인한 한지 자료 연구’ △이도희 경남문화유산 한지장 전수자의 ‘함양 전통한지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마을공동체 문화’ 등이 발표됐다. 3부 토론회는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가 사회를 맡아 ‘전통한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치’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형호 한지살리기재단 상임이사 △이형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연구사 △이응철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가 참여했다. 한편 함양에서는 마천면 창원마을 이상옥 전통한지 공방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전통한지 제작을 이어오고 있다. 이상옥 한지장 보유자 장인의 증조부인 故 이규태 선생이 1882년 조선(고종19년) 관청별감(세무책임자)에 임명되면서, 그는 엄천골 일대 사찰의 종이부역으로 생산된 사찰종이와 관청지소에서 만든 종이를 관리했다. 이로인해 지리산 일대 사찰의 큰스님들과 교류하며 닥종이 만드는 장인 및 승려들에게 아들인 故 이종택 선생이 사찰종이 제지술을 전수받았고, 이상옥 보유자가 5대째 가업을 이어 전통한지 제작을 전승하고 있다. 마천면 일대는 해발 300~700m 산악 지역에 석축을 쌓아 다랭이논을 만들면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신라시대 때부터 논둑과 밭 가장자리에 닥나무를 심어 재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천골 일대에는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닥나무 재배 농가가 200여 곳,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전통한지를 만드는 공방이 20여 곳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