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⑦김천김밥축제 판매 부스 참가자들이 김밥을 말고 있다.경북 김천시 김밥축제는 ‘김천=김밥천국’이라는 유머를 도시 브랜드로 재해석해, 창의적이고 독특한 기획력으로 지역축제가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김천김밥축제는 2024년 제1회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2025년 제2회 축제는 한층 완성된 운영 체계와 확장된 콘텐츠로 전국에서 15만명이 찾으며 호평을 받았다. 제2회 김천김밥축제가 지난달 25~26일 이틀간 김천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 일대에서 펼쳐졌다.올해 김천김밥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가 아닌 ‘김밥’이 가진 소풍·여유·가족의 이미지를 축제 전체의 콘셉트로 확장했다.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나누며 쉬어가는 풍경, 그것이 올해 축제의 핵심이었다. 두 공원은 김천의 대표적인 녹지이자 시민들의 쉼터다. 축제장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앉아 식사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돗자리 피크닉존과 버스킹 무대, 포토존이 조성됐다.직지문화공원 중앙광장에서 열린 가족 체험 프로그램.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며 축제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김밥도시의 시작2024년 제1회 축제를 기획한 박보혜 김천시 관광진흥과 관광마케팅팀 주무관에 따르면, ‘김밥축제’ 구상은 과거에도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박보혜 주무관은 2023년 “김천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김밥천국’을 떠올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김천을 모르면 어떤 축제를 해도 관심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박 주무관은 ‘김천이 김밥천국으로 불린다면 진짜 김밥의 도시가 되자’는 역발상을 제안했다.이 아이디어를 이봉근 관광마케팅팀장이 “대중이 원하는 걸 우리가 하면 된다”며 적극 수용하면서, 그동안 논의에만 그쳤던 ‘김밥축제’가 실제 추진됐다. 결국 오랫동안 아이디어로만 남았던 ‘김밥축제’는, 실무자의 창의력과 관리자의 결단이 만나 현실이 된 셈이다.김천평화시장 협동조합 부스에서 상인들이 김밥을 만들고 있다.지역축제 묵은 문제점 개선 ‘호평’김천시(인구 약 13만명)에서 열린 제2회 김천김밥축제에는 이틀간 15만명이 다녀가며 도시 인구를 넘어서는 열기를 보여줬다.이번 축제에는 세 가지가 없었다. 지역 정치인의 의전이 없었고, 개막식이 없었으며, 바가지가 없었다. 축제장은 행사장은 오롯이 시민과 관광객에게 열려 있었고, 형식 대신 참여를, 격식 대신 즐거움을 택한 축제였다.'김밥'과 '자두'가 만난 이야기또한, 이번 축제 개막식에 가수 자두가 출연했다는 점이 의미를 더했다. 자두는 첫 회에 이어 올해도 무대에 올라 2년 연속 메인 개막식 공연을 맡았다.‘김밥’이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자두의 무대는 축제의 브랜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김천의 대표 특산물인 자두와 가수 이름이 겹치며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김밥’과 ‘자두’라는 키워드가 하나의 스토리로 엮이면서, 김천김밥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도시를 알리는 문화 콘텐츠로 확장됐다.이처럼 형식과 격식을 배제하고, 콘텐츠 중심·방문객 중심으로 재설계된 이번 축제는 지역축제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직지문화공원 김밥존 거리. 노란색 천막 부스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후에는 김밥을 구매하기 위해 2시간 이상 소요됐다1회보다 진화한 2회2024년 첫 축제가 기획의 참신함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예상치 못한 방문객 폭증으로 운영 미숙이 드러났다. 김천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축제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했다. 김천김밥축제의 예산은 2024년 1억5천만 원에서 2025년은 5억원까지 증가했다.김천시는 김밥 판매 부스를 8개에서 32개로 확대하고, 즉석 제조형 오픈키친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제 시스템도 전자화돼 키오스크를 통해 대기 시간을 줄였다. 나아가,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셔틀버스를 기존 2노선에서 10노선 이상으로 늘리고, 차량 진입을 통제한 대신 외곽 주차장과 행사장을 연결하는 순환 셔틀을 운영했다.‘2025 김천김밥축제’ 주차장 중 가장 큰 공설운동장이다. 셔틀버스 승강장 앞에 인파가 몰려 있다.2025년 축제의 방문객은 첫날 8만명, 이틀 합산 약 15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4년의 10만 명보다 1.5배 증가한 수치다. 주요 방문객은 MZ세대와 가족 단위 관광객,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았고, 외지 방문객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또한 K-푸드 열풍과 틱톡 ‘김밥 챌린지’의 확산으로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은 상태였다.특히 축제 직전 발생한 상수도 유충 문제에 대응해 김천시는 긴급 예비비를 투입, 생수 10만 병과 2리터 생수 3천 병을 확보해 조리와 음용용으로 사용했다. 이 조치는 위생 문제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모범 사례로 평가됐다.또한 CU와 협업해 ‘김밥쿡킹 경연대회’를 열고, 우승작인 ‘호두마요 제육김밥’을 편의점 한정 상품으로 출시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협업은 지역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사명대사공원 부스 구역. 전국 김밥업체들이 참여해 다양한 김밥 메뉴를 선보였다. 이곳 또한 대기줄이 너무 길어 어느 부스의 줄인지 알기 어려웠다.기획력을 따라가지 못한 운영 능력그러나 숙제도 남았다. 김밥부스의 조기 품절, 축제장을 가득 채운 대기줄, 축제장까지 교통정체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김천시는 올해 축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혼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에는 교통·대기 관리 시스템 고도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축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도 있었다. 행사장을 채운 인파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았고, 그만큼 질서와 안내가 필요했다. 인기 부스의 대기열은 길어졌고, 셔틀버스 정류장에서는 줄이 어디서 시작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안내 표지판이 부족했고, 전광판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반영하지 못했다. 김밥 판매 부스 간 간격이 좁아 관람객이 부딪히는 일이 잦았고, 구매와 결제 동선이 뒤엉켜 혼잡이 가중됐다.푸드존과 핸드메이드 마켓이 들어선 공원길. 커피, 디저트,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부스 앞에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운영 전문성 강화가 과제더불어, 현장을 조율하는 인력은 부족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제자리를 지켰지만 전체를 통제할 구조가 부재했다. 관람객이 스스로 줄을 세우고 이동 동선을 찾아야 하는 장면은 단순한 혼잡이 아니라, 이를 관리할 체계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김천의 기획력은 탁월했지만, 이를 받쳐줄 운영의 전문성이 여전히 부족했다는 점이 한계로 드러났다.이에 현장 통제와 질서 관리, 교통 안내, 대기 동선 설계 등 기본적인 운영 시스템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기획의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영의 전문화를 제도화하고,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의 교통 관리와 대기 동선 예측 시스템, 민관 협업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공원 곳곳에 설치된 김밥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천시가 직접 개발한 캐릭터 ‘김천이’는 축제의 상징이 됐다.지역축제의 새로운 모델김천김밥축제의 가장 큰 성과는 단순한 먹거리 축제의 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김천시는 첫해의 문제를 숨기지 않고 분석해 개선했고, 그 결과 완성도를 높였다. 김천은 ‘김밥으로 도시를 마케팅한 도시’를 넘어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무대보다 치밀한 기획과 참여, 투명한 행정이 김천김밥축제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 축제는 작은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가을 단풍 아래에서 열린 ‘피크닉 김밥존’. 방문객들이 가족 단위로 모여 앉아 도시락을 나누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공동취재단 - 한산신문 박초여름 기자,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 남해시대 전병권 기자, 담양곡성타임스 김고은 기자, 해남신문 노영수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