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이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가운데, 장거리 송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도시에서 소비할 전기를 위해 지역이 피해와 희생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2~2036년)에 따라 전남 광양부터 충북 진천까지 이어지는 송전선로를 4개 구간(△광양-신장수 △신장수-무주영동 △무주영동-신세종 △신세종-신진천)으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다. 해당 송전선로는 345kV(34만5000V)의 초고압 송전선로로, 가정에서 쓰는 220V 전압에 1568배에 달한다.해당 노선 중 함양군이 사업대상지로 포함된 송전선로 구간은 전남 광양시의 광양변전소에서 전북 장수군의 신장수변전소를 잇는 광양-신장수 송전선로(안의면 제외 10개 읍면 해당)와, 신장수변전소에서 무주영동개폐소로 이어지는 신장수-무주영동 송전선로(안의면·서상면 포함)다. 건강·환경·재산권 피해에 공동체 와해까지송전선로가 지나는 △거창군 △영동군 △남원시 △진안군 △장수군 등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남원시의회 윤지홍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한전이 추진 중인 광양-신장수 간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계획의 실질적 수혜지역은 수도권이고 피해는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지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전력망 구축으로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같은 문제의식은 함양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초고압 송전선로는 한 번 들어서면 수십 년간 자리를 옮기기 어려운 ‘반영구 시설’인 만큼, 노선 결정 단계부터 건강·환경·재산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여러 노선의 초고압 송전선로와 변전소, 500개 이상의 송전탑이 건설돼 있는 충남 당진시의 경우 20년 넘게 송전선로로 인한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전자파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서 암 발생 등 전자파 피해를 주장해 왔지만, 과학적으로 ‘유해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실태조사와 원인 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전자파로 인한 건강상 피해 뿐만 아니라 경관 훼손과 비·바람·습도에 따라 송전선로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 공동체 갈등 및 와해, 그로 인한 주민들의 스트레스도 송전선로 건설이 이뤄진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밖에 산림 훼손 및 농경지 이용 제약, 가축 피해, 지가 하락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보상 문제도 사회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뒤늦은 통보와 부족한 소통’ 문제초고압 송전선로를 둘러싼 전국 곳곳의 갈등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은 ‘뒤늦은 통보와 부족한 소통’이다. 밀양, 경기·충청 지역의 송전탑 분쟁에서도 한전과 정부가 노선을 사실상 확정한 뒤 주민에게 알리는 방식이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반복돼왔다.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와 건강권, 재산권 침해, 생활환경 변화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설명을 요구하지만, 사업자는 “국가 전력수급과 계통 안정”을 앞세워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면서, 논의의 출발점부터 엇갈리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함양 역시 현재까지는 송전선로 노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지만, 광양-신장수, 신장수-무주영동 구간 사업이 본격화되면 개별 마을과 토지 소유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주민 간 갈등은 송전선로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때문에 함양에서도 사업 초기부터 비용·효과·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기도 지산지소(地産地消) 필요”초고압 송전선로 갈등의 뿌리는 전력 수요는 수도권 및 대도시에, 송전선로와 고압철탑은 농촌에 집중돼 있는 것에 있다. 초고압 송전선로의 실질적 수혜지역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및 대형 산업단지인 반면, 자연·경관 훼손과 건강·재산권 위험은 선로가 지나는 군 단위 농촌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다.때문에 송전선로 문제는 지역의 전력 자립과 분권형 에너지 체계라는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월19일 영동군 송전선로 반대대책위원회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고 “전기도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함) 원칙에 따라야 한다”며 “전기는 서울·수도권으로 올라가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지역주민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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