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휴에서 열린 심삼선 작가의 전시는 제목 그대로였다. 따뜻함과 색채, 희망, 그리고 삶의 에너지를 품은 회화들이 전시장 가득 펼쳐졌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작은 행복과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10년 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심 작가는 국내외 전시와 수상 경력을 쌓아왔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배드민턴 대표선수로 활약한 그는, 선수 시절 몸으로 익힌 신체의 리듬과 열정, 빛의 감각을 회화적 언어로 전환해왔다. 땀의 에너지와 반복 훈련 속에서 끝까지 버텨낸 시간, 그 끝에서 터져 나온 감정과 성취감은 화폭 위로 옮겨졌다. 최근 구상화에서 추상화로 전환하며 작업의 방향을 넓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색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풀어낼 것인지, 색의 선택은 심 작가에게 가장 큰 숙제이자 꾸준히 연구 중인 과제다. 선수에서 화가로, 삶의 방향을 바꾸며 마주한 행복의 물결과 숨결, 그리고 열정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바라기, 형태를 벗어나 '내면의 에너지'가 되다그의 대표적 모티브는 해바라기다. 그러나 우리가 떠올리는 그 모습이 아니다. 그는 말한다. "꽃 모양을 그대로 그린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의 에너지를 해바라기라는 이미지로 시각화한 거예요" 그래서 작품 속 해바라기들은 흩어지고, 터지고, 회전하고, 색이 쏟아진다. 노란색, 보라색, 붉은색, 초록색이 겹겹이 쌓이고 뒤섞이며 특정한 감정의 온도와 순간의 떨림을 보여준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중심(中心)'의 심상은 강력하다. 중심은 "살아있다는 힘, 생명력,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빛"이다. 작가는 해바라기의 형태를 덜어내면서 오히려 빛의 에너지와 감정의 움직임을 더 적극적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색채·즉흥성과 깊이 사이색채 작업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계획하고 그리는 게 아니라, 먼저 칠해보고 또 덧입힌다" "색이 어둡다 싶으면 밝게, 밝다 싶으면 더 깊게,색을 부딪히게 하면서 하나의 리듬이 만들어져요" 노란색과 보라색은 그가 가장 자주 선택하는 톤이다. 그에게 노란색은 희망, 보라색은 인내와 따뜻한 깊이를 뜻한다. 작가는 "자녀들에게서 받은 희망과 온기를 색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림을 통해 심신이 치유되다그의 작업에는 "치유"의 결이 짙게 배어 있다. 심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있었고, 딸 또한 미술과 디자인 감각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미대 출신도, 전통적 교육을 받은 화가도 아니다. 운동선수로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고, 그 후 육체적 고통과 회복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이 삶의 길이 됐다. "운동선수는 몸이 먼저 망가지잖아요. 그런데 그림을 시작하면서 그 아픔이 잊혀지고,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 그게 제게는 큰 치유였어요" 10년 동안 양산 원동의 작업실에서 묵묵히 작업하며, 그림은 그의 일상의 중심이자 삶을 견디게 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됐다.■ 골프와 그림 ­ 자연의 색을 바라보는 감각그는 오랫동안 골프를 즐겨왔다. 흥미롭게도 그의 회화는 자연 속에서 얻는 색채 감각과 깊이 연결돼 있다. "골프 치면 계절이 다 보여요. 잔디 색, 하늘 색, 바람… 그게 다 그림 같아요" 작가에게 골프는 운동이면서도, 색채를 보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또 하나의 창(窓)이다. 이 경험은 그의 화면 속 리듬과 색의 변화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예술가로서의 고민­그리고 '더 큰 캔버스'를 향한 목표최근 작가는 새로운 과제를 향해 있다. 첫째, 더 큰 사이즈의 작품으로 확장하고 싶은 것. 둘째, 추상화의 개성을 확실히 정립하는 것. "지금은 약 50% 정도 왔다고 생각해요. 추상으로 넘어오긴 했는데, 좀 더 나만의 색을 만들어가는게 숙제"라고 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 그리고 해외 전시다. "제 색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도전적이지만 겸손한 바람이 담겨 있다. ■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작은 행복'관람객에게 작품이 어떤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나? 그는 말한다. "작은 행복이면 됩니다. 크지 않아도, 잠깐이라도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의 그림은 화려하거나 거칠기만 한 에너지가 아니다. 색이 번지고 엉키고 터지는 화면 속에는 관계, 인내, 회복, 희망, 그리고 살아있다는 감정이 담겨 있다.'Happiness'라는 전시 제목처럼, 작가의 작업은 자신이 느껴온 따뜻함의 순간들을 색으로 번역한 일종의 감사이자 고백에 가깝다.■ 빛과 에너지가 남긴 '소확행'의 여운심삼선 작가의 작품은 해바라기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결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빛이 터지고 색이 흐르며 화면의 중심이 살아 움직이는 그의 회화는 단순한 시각적 쾌감을 넘어 삶의 리듬과 에너지로 다가온다. 인터뷰 내내 작가 특유의 열정과 힘찬 기운이 전해졌고, 화폭에는 멈추지 않는 열정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자신의 에너지가 관람객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 그가 말하는 '작은 행복'은 그렇게 그림을 통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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