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2월 거창·산청·함양 일대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상과 지원을 담은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병합 심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을 대표로 한 의원 11명이 발의한 ‘거창·산청·함양 사건 관련자에 대한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제출돼 있다.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에는 국민의힘 산청·함양·거창·합천을 지역구로 둔 신성범 의원도 포함돼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12월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법안 제안 이유에 따르면, 거창·산청·함양 사건은 국군이 공비 토벌을 이유로 주민들을 즉결 처분하도록 명령하고 이를 집행한 위법 행위가 군사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례다. 이미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으로 사망자 934명과 유족 1517명이 인정되며 명예회복의 성과는 있었으나, 국가 배상과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못해 유족들의 요구가 이어져 왔다.법안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배상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배상금과 각종 지원을 심의·의결하도록 하고, 배상금은 국가배상법에 준해 실질적인 수준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상이자에 대한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 지급 근거도 담았으며, 트라우마 치유 사업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피해 회복을 지원하도록 했다. 배상금 지급 절차와 기한, 재심의 제도, 부정 수급과 명예훼손 등에 대한 처벌 규정도 포함돼 있다.이와 함께 22대 국회에는 신성범 의원이 대표발의한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 전부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국가 보상의 근거를 보다 명확히 담고 있으며,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 역시 향후 법제사법위원회로 올라가 민홍철 의원이 제출한 법안과 함께 병합 심사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이 같은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함양군의회도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함양군의회는 12월19일 열린 제296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거창·산청·함양 사건 관련자에 대한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건의문은 서영재 의원이 대표발의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 공식 채택됐다.군의회는 1951년 2월 군의 빨치산 토벌 과정에서 어린이와 노인, 여성 등 비무장 민간인 수백 명이 희생된 역사적 비극을 지적하며, 국가의 위법 행위가 확인됐음에도 75년이 지나도록 실질적인 배·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인권, 정의의 가치를 훼손한 국가 책임의 방기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함양군의회는 특별법 제정을 정의 회복의 출발점으로 규정하며, 국회가 조속히 법안을 심의·의결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를 온전히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마련해 진실 규명과 배·보상이 실효성 있게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김윤택 의장은 “국가가 이미 위법성을 인정한 사건에 대해 수십 년간 배·보상이 지연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정의 실현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배상과 보상을 둘러싼 두 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어 병합 심사로 이어질 경우, 22대 국회에서 장기간 미뤄져 온 국가 책임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