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천면 덕전리 김진경 씨ⓒ 주간함양지난 3월, 아이가 귀한 시골마을에 도시 어린이 5명이 마천에 왔다. 김진경(38) 씨의 세 아들 윤성현(11)·성호(9)·성준(7)이와, 김소람(39) 씨의 두 딸 이서아(11)·슬아(8)까지, 한 지붕 두 가족이다. 직장동료인 남편들의 아내인 진경 씨와 소람 씨는 여느 학부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들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도록 작은 학교를 택했다.경기도 오산에 살던 진경 씨는 함양에 내려온 뒤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뭔가에 쫓기듯, 괜히 발을 동동 구르며 마음이 조급했던 도시에서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계절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집 앞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와 달리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사는 삶. 시골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많은 것을 내어주고 있다.ⓒ 주간함양“작은 학교에 보내고 싶었어요”진경 씨가 귀촌을 처음 고민한 것은 첫째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무렵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문득 ‘시골의 작은 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 때 만났던 진경 씨의 친구 중에 전교생 10명 안팎의 작은 학교 출신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이 중·고등학생이 돼서도 끈끈하게 지내는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시골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상상을 하던 그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처럼 아이는 도시에서 키워야 한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같은 뜻을 가진 소람 씨의 제안으로 아이들과 함양 곳곳을 둘러보다 마천에 함께 자리 잡기로 했다.“이미 귀촌이나 작은 학교로 널리 알려진 곳은 일부러 배제했어요. 함양은 이전까지 전혀 알지 못하던 곳이었는데, 와보니 너무 좋더라고요.”아이들도 이곳이 좋다고 하자, 반대했던 남편도 허락했다. 그렇게 아이 5명과 함께 마천에 왔고, 세 아이가 마천초등학교에 입학했다.“뛰지 마!” 잔소리가 일상이던 도시남편들은 여전히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주말마다 함양과 오산을 오간다. 오산에서는 일부러 주말마다 여행을 다녔는데, 지금은 여행하듯 삶을 살고 있다. 지역에 내려오는 걸 반대했던 남편이 이제는 마천을 더 좋아한다고.“도시에 있을 땐 퇴근 후 피곤해서 아이들에게 짜증도 많이 냈어요. 지금은 자주 못 보니 만날 때마다 더 신나게 놀아주고 가족들이 서로 애틋해졌어요.”아파트에서 살았을 땐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고 잔소리하는 게 일상이었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까지 돼버린 요즘, 한창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는 게 너무 싫었단다. 외려 지금은 다섯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어도 이웃 주민들은 “아이들 소리가 나는 게 좋다”며 “젊은 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산다”고 기특해하신다.진경 씨는 “내려오기 전엔 사람들이 시골텃새가 심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마을 어르신들은 이미 우릴 품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가 마음을 여니 이웃들 모두 흔쾌히 우릴 받아들여 주셨다”고 말했다.ⓒ 주간함양“아이 하나하나 모두 주인공”아이들이 마천초등학교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너무나 만족스럽다. 도시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승마 체험 등 다양한 현장 중심 수업이 많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둘째 아이의 입학식 풍경이다.“입학식이 하나의 마을축제 같았어요. 입학생은 물론이고 전교생이 모두 나와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는데, 아이가 긴장해서 말을 못 해도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어요. 순서를 건너뛰지도 않고요. 지역의 여러 내빈들도 참석했는데, 아이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모두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시더라고요.”공부를 잘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만 주목받던 도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천초 교사들 또한 전교생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준다.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 주간함양“학원 6~7개 뺑뺑이…학원 없는 지금이 더 행복”오산에 살 때 아이들은 6~7개씩 학원을 다녔다. 영어와 수학은 기본이고, 바둑·미술·주산·코딩·연기 학원까지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 진경 씨는 “한 아이 학원비만 100만 원이 넘었다”며 “둘째까지 학원을 보내야 할 시점이 되니 가계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학원에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내 아이만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과, 부모로서 아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그러나 마천에는 학원이 없어 학원을 보낼 수도 없을 뿐더러 학교 방과후수업이 공백을 충분히 메우고 있다. 물론 도시에 비해 선택지가 다양하진 않지만, 정규수업은 물론 방과후수업의 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실력 있는 교사들이 아이 성향과 수준에 맞춰 1:1로 지도하고 있으며, 수업료도 전액 무료다. 특히 학원을 전전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게 가장 큰 장점이다.“담임선생님이 ‘첫째가 예전에는 눈치를 많이 보고 주눅 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훨씬 밝아졌고 자기표현도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작은 학교에 다니면서 확실히 자존감이 높아진 것 같아요. 새해에도 이곳 마천에서 더 신나게 뛰놀면서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