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90년 넘게 출입을 제한했던 금정구 범어사 정수장 일원을 시민 숲으로 개방하자, 원수를 공급해 온 양산시는 '지역 형평성을 외면한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민을 위한 공간은 과감히 열면서, 양산시에 위치한 법기수원지는 여전히 엄격한 규제 아래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다.부산시는 지난 7일 범어사 정수장 일원 숲을 '범어숲'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고 밝혔다. 1930년 준공한 범어사 정수장은 양산 법기수원지에서 공급받은 원수를 정수해 금정구 두구동·청룡동 등 1만1천세대에 수돗물을 공급해 온 시설로, 90년 넘게 '금단의 땅'으로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왔다. 부산시는 정수시설은 보호하면서 숲은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방침 아래 산책로와 휴게공간, 놀이시설 등을 갖춘 생활권 휴양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문제는 같은 논리가 법기수원지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기수원지는 행정구역상 양산시에 위치해 있지만, 부산시가 소유·관리하며 부산 금정구와 기장군 일대에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이다.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수십년 간 일반인 출입과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왔고, 현재도 극히 일부 구간만 제한적으로 개방된 상태다.그동안 동면 법기수원지 인근 주민들은 "부산시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어 재산권 침해와 생활 불편을 감내해 왔는데, 부산시는 정작 자신들 지역시설은 시민 복지 공간으로 잇따라 개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실제 법기수원지와 함께 1964년 회동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던 부산 금정구 회동수원지는 45년여 만인 지난 2010년 부산시민에게 전면 개방했다. 이 밖에도 수정배수지, 해돋이배수지, 복병산배수지 등 도심지 내 배수지 역시 체육·휴식공간으로 활용하며 시민 접근을 확대해 왔다.반면 법기수원지는 2011년 전체 68㎡ 가운데 둑과 둑 하단 수림지 2만여㎡만 부분 개방했고, 2단계로 3km 가량의 둘레길을 추가로 개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수 방문객으로 인한 상수원 훼손 우려를 이유로 추가 개방은 보류됐다. 이후 양산시와 정치권, 지역주민들이 합심해 수차례 추가 개방을 요구했지만 '수질 안전'을 이유로 현재까지도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지난달에도 양산시의회가 '법기수원지 소유권 조정 및 둘레길 개방 재촉구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부산시는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건의문을 대표 발의한 이기준 양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면·양주)은 "양산시민들이 느끼는 분노의 핵심은 단순한 '개방 여부'가 아니라 깨끗한 물의 혜택은 부산이 누리고, 규제와 불편의 부담은 양산이 떠안아 온 구조가 수십년 간 고착화됐다는 점"이라며 "회동수원지와 범어사 정수장을 연이어 개방하면서도 법기수원지에는 여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부산시의 정책은 '지역 간 형평성을 외면한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