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에 거주하는 어르신들과 저소득층의 오랜 숙원이었던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가 도입 26년 만에 전면 폐지됐다. 자녀의 실제 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 일부를 부모 소득으로 간주하던 기준이 사라지면서 의료급여 문턱이 대폭 낮아진 것이다. 이에 발맞춰 올해 양산시의 의료급여 예산은 국·도비를 포함해 총 900억 원 규모로 편성됐으며, 이 중 양산시가 직접 부담하는 시비는 54억 4292만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탈락했던 시민들 중 자격요건에 부합하는 대상자는 별도의 재신청 없이도 양산시의 직권 조사를 통해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행정 절차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복지 사각지대를 신속하게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부양비 제도의 역사와 폐지 배경이번에 폐지되는 '부양비'는 2000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제도로, 지난 26년간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제도 초기에는 부양의무자(자녀 등)의 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한 뒤, 남은 금액의 무려 50%(출가한 딸은 30%)를 수급자의 소득으로 간주해 얹었다. 실제로는 자녀에게 생활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해도 '서류상 소득'이 잡히는 불합리한 구조였다.이후 부과 비율이 10%까지 단계적으로 완화됐으나, 여전히 연락이 끊겼거나 형편이 어려운 자녀의 가상 소득 때문에 정작 본인은 병원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현장에서는 이를 '간주 부양비'라 부르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번 전면 폐지는 이러한 26년 묵은 복지 장벽을 허물고, 오로지 신청자 본인의 형편만으로 의료 혜택을 결정하겠다는 정부와 양산시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자식 소득 탓에 탈락했던 A 어르신, 이제는 '수급자' (예시)그동안 홀로 사는 A 어르신은 실제 소득이 67만원임에도 의료급여를 받지 못했다. 과거에는 연락이 끊긴 아들 부부의 소득을 '부양비'로 간주해 어르신의 소득에 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득인정액이 103만원가량으로 계산돼, 당시 1인 가구 의료급여 선정 기준인 약 95만7천원을 넘어 탈락하는 일이 반복됐다.하지만 2026년부터는 부양비 제도가 폐지돼 가족의 소득이 본인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어르신의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인 67만원으로만 산정되며, 2026년 기준 1인 가구 의료급여 선정 기준(약 102만5695원)보다 낮아 즉시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게 됐다.행정복지센터 민원 창구■양산시의 대응과 직권 선정 도입양산시는 이번 제도 변화로 인한 시민들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권 선정' 제도를 시행한다. 과거 의료급여를 신청했다가 부양비 기준 초과로 탈락했던 가구 중, 신청 당시 '맞춤형 급여 안내(건강한 안내)'를 함께 신청했던 가구라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다시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시가 전산 시스템을 통해 완화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직접 대조한 뒤, 적합자로 확인되면 개별 통지문을 발송해 의료급여 수급자로 선정할 계획이다.지난해 12월 기준 양산시 의료급여 수급자는 1만 870명으로 집계됐다. 시 관계자는 "신규 수급자 급증에 대비해 예산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며, "실제로 올해 시비 부담액을 지난해 47억 9728만원에서 54억 4292만원으로 약 13.4% 늘려 잡는 등 재정적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주의사항 및 향후 계획다만 '부양비 폐지'가 곧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부양의무자(자녀·부모)의 연 소득이 1억 원(세전)을 초과하거나 재산이 9억 원을 넘는 고소득·고재산가일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핵심은 내 소득 산정에 '자녀의 가상 소득(부양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과거 탈락 사유가 본인의 소득·재산 초과 때문은 아니었는지 미리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양산시 복지정책과 담당자는 "그동안 복잡한 기준과 절차 때문에 신청을 포기했던 분들이 많았다"며 "직권 조사 대상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형편이 어렵다면 주저하지 말고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정신과 외래 상담 지원 횟수가 주 최대 7회로 확대되고, 병원 입원 환자 식대의 질도 개선되는 등 의료급여 수급자를 위한 실질적인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삼성동 행정복지센터 상담 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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