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지역축제가 10여 개에 이르는 가운데, 연간 26억 원이 넘는 예산이 각종 축제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마다 다양한 주제로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프로그램이 대동소이해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지난해 진행된 지역축제와 2026년도 축제 관련 예산을 분석한 결과, 농특산물 홍보와 문화·예술 진흥 등을 위해 군 또는 읍·면 단위에서 해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단일 축제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행사는 함양산삼축제로, 올해 약 15억82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돼 전체 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이어 △천령문화제(5억3000만 원) △고종시곶감축제(2억4000만 원) △연암문화제(1억 원) 등이 대규모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또한 △벚꽃축제 △사과축제 △오미자축제 △흑돼지·산나물축제 등 면 단위에서도 지역 농특산물과 명소를 활용한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함양군 대표하는 ‘함양산삼축제’함양군의 가장 대표적인 축제는 함양산삼축제다. 지역경제와 연계한 산업축제로서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초대가수 또한 화려하다. 덕분에 지난해 제20회 함양산삼축제에는 지역 안팎에서 21만 명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산삼은 함양을 대표하는 농특산물이지만, 농촌 고령화 및 인구 감소와 더불어 산삼 재배 기준이 까다로워 산삼 농가가 계속해서 줄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타 농산물보다 가격이 높아 대중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65년 역사 ‘천령문화제’함양의 옛 지명인 ‘천령’을 축제명으로 내걸고 있는 천령문화제는 올해로 65년의 역사를 이어온 경남 지역의 가장 오래된 축제 중 하나다. 과거 즐길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함양군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기는 축제였지만, 지역 안팎에서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확대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왔다.이 같은 고민으로 지난 2003년 축제명칭을 ‘물레방아골 축제’로 바꿨으나, 2019년 다시 천령문화제로 명칭을 복원해 역사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령문화제는 함양예총제(예산 4000만 원)와 같은 기간에 함께 행사를 치르면서 지역의 종합문화예술축제로 방향을 잡았지만 여전히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박지원 기리는 ‘연암문화제’안의현감을 지낸 연암 박지원을 기리는 연암문화제의 경우, 안의면이 한반도에 물레방아를 처음 도입한 지역으로서 연암의 실학사상을 재조명하고 연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축제다. 때문에 연암 학술대회와 역사퀴즈 등을 축제 기간에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연암을 연구하는 학술대회의 비중이 적어 학문적 성과를 도출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학술대회를 제외하면 타 축제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서상·백전에서 열리는 ‘벚꽃축제’한편 서상과 백전에서는 매년 봄 벚꽃축제를 열고 있다. 서상남덕유산벚꽃축제는 지난 2024년부터 ‘서상어울림대축제’라는 명칭으로 서상면체육회·새마을협의회 행사와 통합해 면민체육 대회 및 어버이날 경로위안행사를 함께 치른다. 백전면에서 열리는 백운산벚꽃축제도 벚꽃이 피는 비슷한 시기에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각각 3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같은 주제로, 같은 시기에, 같은 예산을 들여 진행되는 두 축제는 프로그램도 비슷하다. 벚꽃길 걷기나 벚꽃가요제, 마을별 체육대회 또는 윷놀이 등을 비롯해 지역 농특산물 홍보 및 판매 부스 등을 운영하는 것까지, 축제가 열리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차별성이 없다.지역 농특산물 주제로 한 면 단위 축제이밖에 대부분의 축제는 지역 농특산물과 연계돼 있다. 마천 흑돼지·산나물, 수동 사과, 백전 오미자 등을 활용할 축제가 해마다 열린다. 해당 축제는 함양군 농산물유통과의 ‘농촌마을 작은 축제’ 예산에 포함돼 있다. 올해에는 총 81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된 가운데, 축제를 앞두고 각 축제위원회가 사업계획서를 농산물유통과에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예산을 확정한다.지난해의 경우 △지리산마천골흑돼지산나물축제에 3000만 원 △수동사과축제에 2500만 원 △백전오미자축제에 1600만 원이 집행됐다.주제는 다양하지만 프로그램은 대동소이축제 프로그램이 대동소이한 것은 벚꽃축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각각 다른 주제로 축제를 열고 있지만, △산삼 캐기 △연암 학술대회 △흑돼지 축사 체험 △곶감디저트 만들기 △사과 길게 깎기 △오미자청 담그기 등 주제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노래자랑 또는 장기자랑, 초청가수 공연, 농특산물 경매 및 판매 부스 운영, 전시 프로그램 등은 거의 비슷한 처지다.축제의 주제가 프로그램 전반을 관통하기보다는, 기존 행사 틀에 지역 농특산물을 끼워 넣은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부분 축제·행사를 전문으로 하는 기획사에 행사 기획과 운영을 맡기다 보니 축제 상당수가 유사한 무대 구성과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어, 기획의 차별성을 포기하고 관행적인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주민과 방문객 입장에서는 ‘어디서나 비슷한 축제’라는 인상을 받기 쉽고, 전국 어느 축제건 특별한 차이를 찾기 어렵다.축제 예산 규모를 떠나 예산이 어떤 콘텐츠에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가운데, 초청가수 공연에 집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와 산업,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획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제는 다양하더라도 내용이 비슷한 축제가 계속된다면, 축제가 지역을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예산이 반복 소모되는 연례행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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