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읍 한 편의점에 설 기념 한정 출시된 도시락이 비치된 모습.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진우(36·가명) 씨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일찌감치 '귀성 포기'를 선언했다. 고향인 서울까지 올라가는 긴 이동 시간과 명절 스트레스 대신, 양산에서의 평온한 휴식을 선택한 것이다. 박 씨는 이른바 혼설족이다. 혼설족은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휴식을 취하거나 취업 준비, 일 따위를 하느라 설 연휴를 혼자 보내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그런 그가 본격적인 설연휴 동안 끼니 문제 해결을 위해 찾은 곳은 다름아닌 집앞 편의점이었다.박 씨는 "예전엔 명절에 혼자 있으면 문 여는 식당을 찾아 한참을 헤매거나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편의점에서 웬만한 잔칫상보다 나은 도시락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예약까지 했다"며 진열대에서 본인의 이름이 적힌 도시락 10개를 꺼내 들었다. 박 씨는 "냉장고에 미리 쟁여놓고 때에 맞춰 데워먹으면 간편해서 연휴를 앞두고 이렇게 많은 양을 구입했다"고 덧붙였다.최근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주요 편의점 체인들이 앞다퉈 출시한 '혼설족 세트'는 과거의 간편식을 넘어선 고품질 구성을 자랑한다.양산 지역 편의점 매장에 출시된 이번 설 특집 도시락은 ▲사골 떡만둣국 ▲소불고기 ▲잡채 ▲오미산적 및 동태전 ▲각종 나물 등 10여가지가 넘는 반찬으로 구성돼 있다. 가격대는 6000원에서 9000원 사이로,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설 연휴에 운영중인 식당을 찾아 검색하고 값비싼 배달 음식만 시켜먹기보다 메뉴도 다양하고 푸짐한 편의점 도시락을 쟁여놓는 것이 현실적인 이유에서다.중부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이 모 씨는 "우리 점포의 경우 30대 단골 손님들이 설 연휴 전부터 도시락 입고 시간을 물어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특히 양산역 인근이나 부산대 양산캠퍼스 역 인근의 1인 가구 밀집 지역은 명절 당일 도시락 발주량을 평소보다 2배 이상 늘렸음에도 조기 품절이 예상된다"고 조심스레 귀띔했다.이러한 '편의점 명절식'의 인기는 양산시의 인구 구조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양산시는 신도시 조성과 함께 젊은 층 유입과 기존 세대간 가구분화 등으로 1인 가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양산 지역 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30%를 웃돌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2030 세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명절을 '가족 중심의 의례'보다는 '개인의 재충전 시간'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일각에서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 아낌없는 '미코노미(Me-conomy)' 성향이 강한 30대에게, 편의점 도시락은 처량한 끼니가 아니라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명절 문화 향유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한편 국내 대표 편의점중 하나인 CU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9.4% 증가했으며, 원룸촌·오피스텔·대학가 등 1인가구 밀집 상권의 매출 비중은 65.1%에 달했다.편의점 업계는 도시락에 그치지 않고 혼설족의 취향을 저격하는 연계 상품 출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기편의점 브랜드 CU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9.4% 증가했으며, 원룸촌·오피스텔·대학가 등 1인가구 밀집 상권의 매출 비중은 65.1%에 달했다.혼자서 기분을 낼 수 있는 소용량 전통주와 프리미엄 디저트 세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이번 설 뿐아니라 앞으로의 명절 연휴, 혼설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양산 지역 한 편의점 점주는 "앞으로도 1인 가구의 니즈를 반영한 명절 특화 상품은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며 "지역 편의점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을 넘어, 명절날 끼니를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든든한 '동네 식당'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