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친필 초고본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관장 박성순)이 소장한 이번 자료는 『열하일기』 4종 8책으로, 박지원이 직접 쓴 초기 고본으로 알려졌다. 완성본 이전 단계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학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1780년 정조 때 청나라 건륭제의 칠순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참여해 한양을 출발, 연경과 열하를 다녀오며 기록한 156일간의 기행문이다. 당시 청나라의 사회상과 다양한 인물,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 조선 후기 대표 실학서로 꼽힌다.국가유산청은 “『열하일기』 친필 초고본은 연암과 후손들에 의해 수정·개작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당대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보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정된 자료에는 『연행음청』 건·곤, 『연행음청록·연행음청기』, 『열하일기』 원·형·리·정, 『열하피서록』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연행음청』에는 정본에는 없는 천주교 관련 내용이 수록돼 있으며, 특히 『연행음청(곤)』은 열하일기의 핵심 구조를 이루는 기록으로 주목받고 있다.또 『연행음청(곤)』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1780년 5월 10일부터 6월 23일까지 43일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박지원이 청나라로 떠나기 전 한양 평동 처남 이재성의 집에 머문 일, 송별객에게 전별시를 받은 일, 부채를 선물로 받은 내용, 사절단 출발 전 정조에게 인사를 올린 기록 등 새로운 사료가 확인되면서 자료적 가치가 더욱 커졌다. 연암의 저작은 정치적 이유 등으로 오랫동안 간행되지 못하고 필사본 형태로 전해지다가 1932년 박영철에 의해 『연암집』으로 처음 간행됐다. 현재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연민 이가원 선생의 기증을 통해 『열하일기』를 비롯한 연암 저작 32종 83권을 소장하고 있다. 박성순 관장은 “이번 보물 지정은 단국대가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학술적 가치를 확산해 온 성과”라며 “향후 『열하일기』 친필 초고본을 학계에 개방해 연암 연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창규 함양연암문화제 위원장은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가 보물로 지정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연암 관련 유물과 서적이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에 가장 많이 소장돼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전시와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열하일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함양에서도 연암 선생에 대한 관심과 조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