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청년센터 안현수 매니저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3월의 끝자락, 양산시 청년센터 '청담(센터장 박현경)'에서 만난 안현수 매니저는 차분한 목소리로 '연결'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한때 7년 동안 세상과 거리를 둔 채 방 안에 머물렀던 그는, 이제 같은 문 앞에 선 청년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됐다. 고립을 지나온 시간이 있었기에, 그는 지금 누군가의 손을 더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잡는다.안 매니저는 "방문을 열고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이유 없이 불안해 밤새 검색만 하다가 지쳐 잠드는 날들이 반복됐다"고 돌아봤다.대학 졸업 이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반복되는 취업 실패와 가족 간 갈등은 그를 점점 바깥에서 멀어지게 했다. 낮과 밤의 경계가 흐려진 채 이어진 시간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게으른 낙오자"라고 여기며 더욱 깊은 고립으로 들어갔다.그 시간을 조금씩 흔든 건 의외로 일상의 작은 변화들이었다. 퇴직한 아버지와 함께한 산속 농장 일은 몸을 움직이게 했고,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면서는 오랜만에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하지만 계약이 끝나자 다시 공백이 찾아왔고, 그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버티는 시간을 이어가야 했다.전환점은 SNS에서 우연히 접한 '양산 청년 희망 하이패스' 프로그램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시간을 보낸 청년들을 처음 만났다.안 씨는 "그전까지는 저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들 각자의 이유로 멈춰 있었던 거였습니다"라고 회고했다.그 깨달음은 그의 시선을 바꿨다. '실패'라고 여겼던 시간이 '방향을 찾는 과정'으로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이후 인터뷰와 강연, 포럼 등에 참여하며 사회와의 접점을 넓혔고, 상담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 채용에 합격한 그는 현재 청년센터 '청담'에서 고립·은둔 청년 지원 전반을 맡고 있다.현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은 과거의 자신과 닮아 있다. 초기 상담부터 프로그램 연계, 사례관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그는 누구보다 그들의 속도를 존중하려 한다.현수 씨는 "지금은 대부분 신청 중심이라 정말 고립된 청년들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신청할 힘조차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먼저 찾아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그는 고립·은둔 문제를 단순한 취업 문제가 아닌 '과정의 문제'로 바라본다. 정서 안정에서 관계 회복, 사회 참여, 자립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소 1년 이상은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데, 대부분 사업이 단기간으로 끝나면서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습니다."현장의 어려움도 분명하다. 고립을 '게으름'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높고, 가족들 역시 외부에 드러내기를 꺼리면서 발굴이 늦어지는 일이 반복된다."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청년을 지역의 미래 자원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이 과정에서 청년센터 동아리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관계를 다시 맺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이들에게, 동아리는 부담 없이 사람을 만나는 '연습의 공간'이 된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청년들끼리 모일 때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인터뷰 말미,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현재를 이야기했다. 안 매니저는 내년 3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한때 연애와 결혼을 '사치'라고 생각했던 그에게도 변화는 찾아왔다. 우연히 시작된 인연은 깊어졌고, 상대 역시 오랜 고립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었다.안 씨는 "서로의 시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컸습니다. 혼자일 때의 1보다, 함께일 때의 1이 훨씬 큰 힘이 됩니다"라며 "양산시가 자신을 고립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도, 가정을 꾸리는 것에도 도움을 주셨다"고 빙긋이 웃어보였다.한때 문을 여는 것조차 두려웠던 사람. 이제 그는 같은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다만 그 문이 열리는 순간을 믿으면서 말이다.안현수 매니저의 이야기는 거창한 성공담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기다림, 그리고 '연결'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늦어도 괜찮다고. 혼자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