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순(92) 어르신이 가마 한 채가 그려진 작품을 소개했다.이홍순(92) 어르신이 가마 한 채가 그려진 작품을 소개했다.“가마를 타고 시집을 가는 날이었다. 새로운 집에 가서 어떻게 살고 밥은 어찌 먹는지 걱정이 많았다. 부끄러워서 남편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새집에 들어가서 살게 됐다. 그간 힘든 일도 많았고, 행복한 날도 많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덧 세월이 흘렀지. 그림 그리기로 가마를 꾸미고 색칠하니까 70년도 전인 그때 ‘시집가던 날’이 저절로 떠올라 남몰래 웃음 지었다”통영 용남면 장문리 기호마을에서 광도면 덕포리로 가마 타고 시집가던 날. 이홍순 어르신은 70년도 더 된 잊고 지냈던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고 했다. 두근거리고 부끄러웠던 날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태극기를 그려 모형을 손에 든 날에는 또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어릴 적, 징용되는 마을 사람들을 배웅하며 일장기를 흔들었던 날이었다.이 어르신은 “당시에는 전쟁터에 나가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 어릴 적, 일장기를 흔들면서 잘 돌아오라고 일본 노래를 불렀었다. 태극기를 보니까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며 눈시울을 적셨다.작품 하나하나에는 어르신이 살아왔던 삶의 순간순간이 담겨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이홍순 어르신이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것은 3년 전 봉수로노인복지센터(센터장 오갑주)에 다니게 되면서다. 센터에서는 인지활동, 놀이치료, 미술활동을 진행했었는데 이 어르신은 특히 흥미를 느꼈다. 달구지를 끌고 논으로 나가서 해지는 줄도 모르고 농사짓던 시절, 바구니에 밥을 싸서 밤까지 일했던 날, 가을 타작을 밤새 하던 기억들이 미술 활동으로 작품에 담겼다.배규현(75) 어르신이 본인과 똑 닮은 초상화 앞에서 “미남 아닙니까?”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배규현(75) 어르신 또한 본인만의 특징을 살려 미술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린다. 뭐가 좋고, 나쁘고 할 게 없고, 내 머릿속 생각을 그대로 옮긴다. 내 손자가 ‘할아버지는 화가야’라고 말할 만큼 솜씨가 늘어난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배 어르신은 본인과 똑 닮은 초상화 앞에서 “미남 아닙니까?”하며 함박웃음을 지었고, “짜증을 내서 무슨 소용입니까. 웃어가면서 살아도 다 못사는데”하며 말했다.봉수로노인복지센터 어르신 40명 작품전시회색칠 그림·도자기·부채·병풍·공예 등 300여 점봉수로노인복지센터는 오는 2~3일 어르신들의 예술 작품을 모아 ‘이만하면 좋다 아이가’라는 주제로 7번째 작품전시회를 개최한다.색칠 그림·도자기·부채·병풍·공예 등 어르신 40명이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직접 완성한 작품 300여 점이 관객과 만난다.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인지활동과 예술적 표현을 통해 삶의 흔적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공유하고자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됐다. ‘이만하면 좋다 아이가’라는 전시 주제는 통영 사투리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어르신들의 삶이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말이다.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 앞에 서서 관람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르신 도슨트’ 프로그램도 처음 운영된다. 작품을 만든 당사자가 창작 과정과 작품에 담긴 기억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나온 삶을 추억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며 이야기로 들려주는 이 과정은 어르신들의 사회활동과 정서 안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어르신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오갑주 봉수로노인복지센터장봉수로노인복지센터 오갑주 센터장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미술 활동이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을 선사한다고 말했다.봉수로노인복지센터 오갑주 센터장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미술 활동이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을 선사한다고 말했다.평균 연령이 70~90대에 이르는 어르신은 매일 1시간의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이후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 할 만큼 흥미를 느끼고 높은 참여도를 보인다.오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만드신 작품을 소중하게 모아 전시회를 연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어르신들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이러한 기억을 이야기로 나눈다. 그 속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때 내가 이랬지’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기억력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키워주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그는 “1년간의 작품 활동을 전시하면 어르신들이 뿌듯함을 느끼시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 전시를 앞두면 더욱 열심히 참여하시는 모습도 보인다”고 덧붙였다.오갑주 센터장은 “작품 전시가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주는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어르신들이 이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하는 것, 이 자체가 행복이고 감사함이다. 어르신들이 늘 행복하고 건강하셨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