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 카스테라집, 식당, 옷가게 등 함양읍 시내권을 걷다 보면 더 이상 운영을 하지 않는 빈 점포가 곳곳에 눈에 들어온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째 불이 켜지지 않는 상가들. 가게 앞에 ‘임대문의’라고 쓰인 글귀가 한산한 거리를 더 쓸쓸하게 만든다. 이렇게 침체 일로에 놓인 지역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함양군의 폐업한 업체는 490곳으로, 2024년에는 무려 525곳에 달했다. (법인·개인·일반·간이·면세사업자 포함) 10년 전인 2016년에도 420개 업체가 폐업했다. 해마다 400~500개 업체가 폐업하고 있는 실정이다.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지리산함양시장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장날이 아니면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렇게 된 지 꽤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특히 브랜드 옷을 선호하거나 온라인 쇼핑도 많이 하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이 옷가게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인구 줄어 소비 위축인구가 줄고, 소비는 위축되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재료비는 상승하고, 임대료는 높아 상인들은 이중고·삼중고에 시달리다 결국 폐업에 이르고 있다. 함양군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함양읍 동문사거리 일대 임대료(월세)가 120만 원에 달한다”며 “인건비도 해마다 늘고 있어 가게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시급은 1만320원(월 215만6880원)으로, 지난해 대비 2.9%(290원) 증가했다.최성홍 함양군소상공인연합회 사무국장은 “문 닫은 가게가 늘면서 거리가 죽어가고 있다”며 “빈 점포가 늘수록 침체된 지역경제에 대한 체감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감소로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상권 활성화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그는 “동문사거리 등 기존 상권을 중심으로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 및 예비 창업인들이 단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실험적인 공간을 조성하거나, 영상과 SNS를 활용, 로컬 카페·소품샵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 젊은 층을 유입시켜야 한다”면서 “함양의 자연과 관광자원, 지역특산물을 빈 점포와 연계하면 충분히 상권 활성화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다.중동전쟁 여파 지역까지 영향한편 최근에는 중동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에 비해 2.2% 올랐으며,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9%(경유 17%, 휘발유 8%) 상승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가격 상승을 일부 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물가 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렇게 세계 정세가 지역민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가운데, 지역 상권 또한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과 비닐 등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서 배달업체의 경우 비용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함양읍에서 배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중동 전쟁으로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용기 가격이 상승하면 배달 포장비 부담이 커질 것 같다”며 “정세가 불안정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올해 경상남도는 도내 중소기업 경영 안정을 위해 1조1000억 원의 육성 자금을 투입하고, 2000억 원의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편성했다. 또한 정부에서도 중동전쟁에 따른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지역상권 및 경제에 어떠한 효과가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