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신문 창간 36주년 특별기획-통영에서 꿈을 이루는 청년들 76말과 소리가 닿지 않는 자리에서 또 하나의 언어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통영시수어통역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대희 수어통역사는 소리를 대신하는 손과 표정으로 이어지는 언어로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수어통역사를 시작한 계기는 거창한 이유보다는 오랜 시간 쌓여온 관심과 경험에서 시작됐다. 학창시절부터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교류의 폭을 넓혀왔고, 레크리에이션 강사와 봉사활동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를 키워왔다.이러한 경험은 지난 2018년 통영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성광직업재활원 근무로 이어졌다.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일하던 그는 그곳을 찾은 수어통역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수어교실에 참여,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길을 걷게 됐다.강대희 수어통역사는 “말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소통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 바로 수어통역사의 역할이다. 병원과 경찰서, 법원, 주민센터는 물론 선박이나 자동차 관련 분야까지, 통역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있다. 농인들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수어통역은 손동작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표정과 감정, 몸짓까지 모두가 하나의 언어로 작용한다. 특히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회의 통역은 화자의 감정과 태도까지 함께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과 표현력이 요구된다.그는 “수어통역에서는 표정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화자의 감정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한쪽은 화가 나 있고 다른 한쪽은 차분한 상황이라면 그 차이를 모두 표현해야 한다. 때로는 이중인격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이 있어야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현장은 늘 긴장 속에서 이어진다. 사고가 발생했거나 수어 표현이 어려운 농인을 만났을 경우에는 표정과 신음소리, 감정, 몸짓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이처럼 순간적인 판단과 상황 이해 능력은 통역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행사 통역을 맡기 전에는 시나리오를 미리 받아 내용을 숙지하고, 어려운 용어나 표현을 반복적으로 익히며 준비한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통역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실제로 수어통역사 자격증은 합격률이 4~5% 수준에 그칠 만큼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다.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사람’에 있다. 농인이 겪는 소통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끼며, 그 경험이 다시 현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그는 수어통역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존중’을 꼽는다. 실력보다 앞서야 할 것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며, 이를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강대희 수어통역사는 “통영시수어통역센터라고 하면 아직 많은 분들이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수어통역센터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또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수어에 대한 이해와 농인에 대한 관심이 함께 넓어진다면 모두가 더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회, 더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