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러시아어 전공자인 김동원 목사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경남 창원과 서울 등지에서 러시아어권 고려인들을 직접 방문하며 통역과 생활 지원을 자원봉사로 이어왔다. 그 이후 이 곳 양산에 정착한 뒤에도 김해, 창원, 경주 지역 고려인 지원에 집중했으며, 2020년 '하나인교회'를 개척해 러시아어권 주민을 위한 예배와 무료 한국어 교육, 상담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그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양산고려인통합지원센터를 비영리민간단체로 설립하고 고려인의 안정적 정착과 지역사회 통합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북정동에 위치한 양산고려인통합지원센터를 찾아간 본지 기자는 "오랜 방랑 끝에 뿌리를 찾아온 고려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책임감은 더욱 무겁다"고 밝힌 김동원 센터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이들이 바라는 '희로애락'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다.■고려인 137년, 떠남과 돌아옴의 역사-希(희)-1860년대 조선의 가난과 사회 혼란을 피해 많은 조선인이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다. 이들은 황무지를 개척하며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으며, 이 시기가 오늘날 고려인 정체성의 시작점이 됐다. 1937년 스탈린 정권에 의해 약 17만 명의 고려인이 중앙아시아 콜호즈로 강제 이주되면서 수많은 고통과 희생을 겪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끈질긴 노력이 이어졌으며, 일부 농장은 소련 내 모범 사례가 되기도 했다.1991년 소련 붕괴 후 고려인들은 경제 위기와 민족주의 속에서 다시 러시아와 연해주를 비롯한 각지로 흩어졌다. 언어와 문화 차이, 차별이라는 현실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근면한 노동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1990년대부터는 조상 땅 대한민국으로의 귀환이 활발해졌으며, 약 11만의 고려인이 국내에서 다양한 분야에 자리 잡았다. 양산에도 약 천여 명이 정착해 있다. 이들의 역사는 국경과 시대를 넘어 뿌리 내리고 발전해 온 귀한 삶의 궤적이다. 오늘날 고려인은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37년 만에 완성된 귀환의 역사는 그 자체로 희망이자 대한민국 다문화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다. ■양산 고려인, 경계에 선 우리 동포의 오늘-怒(로)-2014년만 해도 양산에서 고려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시 창원은 러시아어권 노동자와 고려인으로 활기를 띠었으나, 양산에서는 북정과 서창 등 일부 지역에 소수만 거주해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지금 양산에는 약 1천 명의 고려인과 그 가족이 터를 잡았다. 이들은 사할린, 러시아,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러시아 마트·정육점 등 관련 상점도 하나둘 늘며 지역사회 속에 서서히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려인들은 재외동포법에 따라 준국민 신분으로 한국에 머무르지만, 여전히 한국인과 외국인의 경계에 선 '이방인'이다. 한국어가 서툴고 행정복지 이용에 어려움이 크며, 자신의 고국에서 쌓은 경력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급한 생계 문제로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 속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도 많다. 교육 현장에서는 양산 내 50건이 넘는 미취학·취학 아동 입학·전학 통역이 이뤄졌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은 여전하다.양산의 고려인 정착 속도는 10년 넘게 지체되어 왔고, 김해·경주 등 인근 도시와 비교하면 아직 미흡하다. 충북 제천시의 적극적 유치 정책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양산고려인통합지원센터와 100여 명의 정기 후원회원들이 꾸준히 지원하며, 고려인들이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이곳의 고려인들은 비록 경계에 서 있지만, 조국 대한민국을 자신의 터전으로 여기며 묵묵히 삶을 이어간다. 사회통합과 정책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함께 사는' 양산 공동체가 한층 더 성숙할 것이다. ■고려인 정착 돕는 통합지원센터-愛(애)-고려인은 현재 전 세계 44만 명 이상이 러시아 및 CIS 지역에 거주하며, 국내에는 약 11만 명이 체류 중이다. 조선족과 달리 러시아어권 환경에서 자라온 고려인들은 한국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인해 정착 과정에서 독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F4, H2 비자 등 입국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이후 정착을 위한 체계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이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 '양산고려인통합지원센터'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 대상 방과후 한국어와 수학 교육으로 기초학력 격차를 해소하고, 중·고등학생에게는 진로와 진학 코칭을 제공한다. 성인에게는 한국어 교육과 생활 적응 지원을 펼치며, 장년층에는 일자리 연계와 취업 상담을 돕는다. 더불어 노년층 대상으로 문화체험과 효도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서적 안정과 공동체 형성을 꾀하고 있다.양산고려인통합지원센터는 교육기관 이상의 통합 정착 지원 플랫폼으로서 고려인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앞으로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다. ■'홀로서기' 속 격차 난관, 그리고 도전-樂(락)-양산지역에는 F4, H2 비자를 보유한 고려인 약 750명이 거주하며, 가족을 포함하면 1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주로 북정과 어곡, 서창 지역에 분산돼 생활하고 있으나, 체계적인 정착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해 체류는 가능하지만, 별도의 정착 프로그램은 부족해 '홀로서기'에 가깝다.가장 심각한 난관은 언어 장벽이다. 중도 입국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학습 부진에 빠지고, 학교 적응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고려인 공동체 특성상 이혼과 동거를 허용하는 경향이 있어 한부모 가정, 특히 싱글맘 가정이 많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외부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은 고립된 상황에 놓여 있다.이와 달리 고려인은 단기 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달리 가족 단위로 정착하며 영주권 취득 사례도 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소비 활동을 지속하고 숙련된 노동력으로 지역 산업에 기여하며, 인구 감소가 심한 지역의 인구 유지와 출산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경남 내 고려인 분포는 김해 약 3천명, 거제 780명, 양산 750명, 창원과 창녕 각 500명 내외다. 이는 공동체가 형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하며 정착하려는 특성을 반영한다.양산고려인통합지원센터는 현재 등록 고려인 약 400명을 대상으로 초등학생 방과후 한국어·수학 수업, 중·고등학생 토요 수업 및 진학 코칭, 성인 한국어와 생활 안정 지원, 일자리 연계 상담을 운영 중이다.1937~1938년 스탈린 정권의 강제 이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떠난 고려인 공동체는 오랜 세월 '방랑'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간절히 그리던 고국 땅에 이들이 최근 돌아왔지만, 따뜻한 환영과는 달리 낯선 시선과 무관심에 부딪히는 현실이다.앞으로의 목표는 고려인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착 지원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있다. 언어 교육과 기초학습 지원, 진로 및 진학 지도, 일자리 연계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착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하며, 한부모 가정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경제적·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지역사회의 품 안에서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김동원 목사는 "처음에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려인 스스로도 공동체를 형성해 자립할 것이고, 그들의 자녀와 우리 아이들이 함께 자라며 여러 대를 이어 뿌리를 회복할 것"이라며 "그 긴 방랑의 여정 속에서 다시 고국에 정착하는 이 중요한 과정에 누군가는 앞장서야 한다. 저희 센터가 그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앞으로 센터는 서창 지역까지 지원 영역을 확대해 양산 내 고려인 대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며 지역사회와의 협력 강화와 체계적 지원 마련을 통해 '홀로서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