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정세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비료·농약 등 필수 영농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농업 현장의 부담이 증폭되면서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농축산업 비중 높은 함양군2024년 발행된 함양군 통계연보에 따르면 함양군의 경지 면적은 9097ha에 달하고 농가는 4708세대, 농가 인구는 8947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26%를 차지한다. 농기계는 경운기와 농업용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을 포함해 약 2만 대 가까이 보유 중이다. 여기에 한우 511농가, 양돈 24농가, 양계 453농가 등이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최근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각종 영농비 부담이 커지면서 농번기를 앞둔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면세유를 판매하는 지역 주유소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리산마천농협 주유소에 따르면 4월 22일 기준 면세유 가격은 휘발유 1186원, 경유 1474원, 등유 1398원으로, 경유가 예년에 비해 40% 이상 급등했다고 전했다. 농기계 대부분이 경유를 사용하는 만큼 농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지리산마천농협 주유소 관계자는 “영농을 준비하며 주유소를 찾는 농민들이 유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워낙 정세가 불안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영농철 앞둔 농가, 축산업계도 타격함양읍에서 양파 3만5000평을 재배하는 강호현 씨는 “면세유 가격이 리터당 300~400원 올라 체감 부담이 크다”며 “유류비 인상이 전체 작업비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농산물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5월 양파 수확철이 되면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서하면에서 사과·블루베리·양파·곶감을 재배하는 오성섭 에덴농장 대표 역시 “생산비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유류뿐만 아니라 비닐과 포장재 등 거의 모든 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영농활동이 기계화되면서 면세유 가격 인상은 전체 영농비 상승으로 직결돼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함양읍에서 벼와 양파를 재배하는 이홍주 씨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면세유 뿐만 아니라 각종 영농자재 가격이 상승했다”며 “농사 규모가 클수록 부담이 커 올해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료를 판매하는 농협에서는 재고가 있어 지금은 가격 상승도 거의 없고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정세가 불안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축산업계도 사정도 다르지 않다. 흑돼지 7000두를 사육하는 박영식 까매요 대표는 “유류비 상승은 물류비 증가로 직결되고, 인건비와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쳐 경영 부담이 크다”며 “사료용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환율과 운송비 상승이 더해져 사료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사기 품절, 비닐 대란 등 연쇄적인 비용 증가가 전반적인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재고 물량으로 비료값 인상은 아직 다만 최근 요소 가격 인상으로 우려됐던 비료 가격의 경우 아직까지 체감할 만큼 오르지는 않았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비료가격지수(2010=100)는 지난 3월 기준 183으로, 2월(145.0) 대비 38포인트 급등했다. 단기간 급등의 주요 원인은 요소 등 비료 원료 가격 상승이다.그러나 지역에서 비료를 판매하고 있는 농협에는 기존 재고 물량이 확보돼 있어 비료값이 눈에 띄게 상승하지는 않았다. 함양농협과 안의농협 경제사업장 관계자는 “현재 비료 재고가 충분하고 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그러나 문제는 이미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유류·비료·사료 등 주요 농자재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면서 농가 경영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이에 따른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비도 인상될 수 있어 소비자 물가까지 크게 우려되고 있다.임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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