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포마을 상권 모습. 철길 옆 수풀이 우거지고 주차공간이 없어 길가에 줄을 그어 간이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양산시가 지역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 중인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올해 양산시는'2026년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총 7개 골목상권 공동체를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공동체는 신규 조직 3곳과 성장지원 4곳이다. 신규 조직에는 백호마을상가회, 서창세계로상인회, 호포상가발전회가 이름을 올렸으며, 성장지원 분야에는 가촌신도시상인회, 양산젊음의거리운영위원회, 오봉청룡로번영회, 평산동먹자골목상가번영회가 포함됐다.이번 사업은 골목상권이 가진 고유한 자원과 지역 특색을 활용해 상권 경쟁력을 높이고, 상인 공동체 중심의 자발적인 상권 활성화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이에 본지는 올해 선정된 7개 골목상권 공동체를 차례로 찾아 각 상권이 가진 특징과 활성화 전략을 살펴보고, 지역 맞춤형 상권 발전 모델을 시민들과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세 번째 순서로 호포상가발전회를 찾았다.호포마을상가발전회 오승태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 중인 모습.부산과 양산의 경계이자 양산의 북쪽 관문을 지키고, 낙동강의 수려한 풍광을 품은 호포마을 상권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겉으로 보기엔 낙동강변의 여유로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적 끊긴 골목을 지키며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외침이 서려 있다.호포마을은 한때 영남권 라이딩족과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이름을 날렸다. 부산과 양산을 잇는 길목이라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주말이면 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파가 몰렸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상권은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호포상가발전회 오승태 회장은 기자에게 상권의 냉혹한 현실부터 가감 없이 털어놨다.오 회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33개의 점포가 옹기종기 모여 상권을 지탱해 왔으나, 최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3곳이 끝내 문을 닫았다"며 "남은 30개 점포 상인들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벅찬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호포마을 상권은 단순히 손님이 줄어든 수준을 넘어 상권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극심한 위기감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실제로 오 회장이 운영하는 한 민물 매운탕 전문점 역시 상권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는 "우리 가게만 해도 홀에는 3명, 주방에는 1명의 직원과 함께 운영해왔으나, 최근에는 인건비 부담과 매출 감소로 홀 직원 1명만 남기고 주방 일은 내가 직접 맡아 운영 중이다"라며 뼈를 깎는 자구책으로 버티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오 회장의 사례는 특정 식당의 문제가 아니라 호포 전체 상인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고통의 단면이다.오 회장과 상인들은 양산시가 추진하는 '2026년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관을 꾸미는 소프트웨어 사업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붙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현재 호포마을 상권 주변은 철길로 인해 동선이 단절돼 있다. 방문객들이 상점 사이를 이동하고 싶어도 인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유모차를 끄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호포의 길은 '장벽'과도 같았다. 오 회장은 "상가 주변 철길을 정비해 시민들이 안전하게 거닐 수 있는 인도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보행 환경이 개선돼야만 사람들이 상권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머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호포마을을 찾는 나들이객들은 대부분 자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정작 마을 내부에는 이들을 수용할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관내 다른 상권과 비교했을 때 제대로된 공영주차장 하나 없다 보니 방문객들이 마을을 한 바퀴 돌다 떠나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호포마을 상인들은 "차를 편하게 세울 곳이 없는데 어떻게 상권에 머물겠느냐"며 공영주차장 설치가 상권 부활의 최우선 선결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또 마을 근처에 방치된 공터와 하천부지에 대한 활용안도 제시됐다. 인근의 황산공원처럼 주민들과 방문객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해달라는 요구다. 오 회장은 "버려진 하천부지가 공원으로 탈바꿈한다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라며 "황산공원과 호포마을을 잇는 휴식 공간이 조성되면 호포는 단순한 식사 장소를 넘어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힐링 명소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인프라 개선에 대한 강력한 건의와 함께 상인 스스로의 변화도 시작됐다. 30개 점포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은 '브랜딩 작업'이 그 시작이다. 호포만의 색깔을 담은 로고를 개발하고, '호포매운탕거리'와 '호포맛집먹거리촌'이라는 명칭을 통해 상권의 전문성을 높인다. 이는 과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점포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상업 단지로 묶어내는 시도로 풀이된다.특히 모든 상인이 통일된 디자인의 앞치마를 착용하고 고객을 맞이하기로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탔다'는 상생의지의 표현이기도하다. 방문객의 발길을 유도할 스탬프 투어와 스포츠 타월, 텀블러 등 타겟 맞춤형 굿즈 제작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또한 야간 경관을 책임질 20여개의 고보조명과 태양열 스마트 안내도는 어두웠던 호포의 밤을 낭만으로 채울 준비를 마쳤다.낙동강변의 수려함 속에 감춰진 호포마을 상권 상인들의 목소리는 비장하기까지 했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마을의 명맥을 잇고자 하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오승태 회장은 "호포는 단순히 지나가는 길목이 아니라, 양산의 따뜻한 인심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상인들이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시금 사람들로 북적이는 호포의 전성기를 반드시 되찾겠다"고 다짐했다.30개 점포 상인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절박한 호소가 호포마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지역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산의 관문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의 날갯짓이 침체된 지역 골목상권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이러한 절박한 요구사항들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될 때, 호포마을은 비로소 '사람들이 머무는 따뜻한 포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호포마을 상권 전경. 양산과 부산의 경계이자 양산의 북쪽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