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천면 뇌전마을에 귀촌한 전기훈·박보혜 부부가 4월 21일 태어난 한별이를 안고 있다.ⓒ 주간함양“요즘 시골에서 아기 울음소리 듣기 힘들잖아요. 그래서인지 마을 어르신들이 더 기뻐해주셨어요.”지난 4월 21일 함양군 마천면 뇌전마을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24년 귀촌한 전기훈(40)·박보혜(36) 부부 사이에서 전한별(여)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에 축하 현수막을 걸고 새 생명의 탄생을 함께 기뻐했다. 고령화가 심화된 농촌 마을에서 아기의 탄생은 단순한 한 가정의 경사를 넘어 마을 전체의 기쁨이 됐다.한별이의 부모인 전기훈·박보혜 씨 부부는 각각 진해와 거제 출신이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두 사람은 귀농을 결심하고 지난해 함양에 정착했다. 지금은 마천면에서 양봉을 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전 씨 부부가 함양과 인연을 맺은 건 2024년 3월이다. 함양군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입소하며 본격적으로 귀농 준비를 시작했다. 약 9개월 동안 농업기술 교육을 받고 같은 해 12월 지금의 뇌전마을로 들어왔다.“마을에 처음 왔을 때 젊은 사람이 시골에 들어와 산다고 동네 분들이 정말 반겨주셨어요. 시골은 텃세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걱정도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전혀 달랐어요. 박영태 이장님을 비롯해 주민분들이 가족처럼 챙겨주셨어요.”바쁜 도시의 삶 “여유 찾고 싶었어요”전 씨는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6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늘 ‘다른 삶’을 꿈꿨단다.“도시에서는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살았어요. 여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컸죠. 대부분은 은퇴하고 귀농을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젊을 때 시골에서 살아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을 때 자연 속에서 살고, 나이 들어 병원 갈 일이 많아지면 그때 도시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죠.”아내 박 씨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다. 프리랜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10년 넘게 일해온 그는 도시생활의 피로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만화 원화 속 캐릭터를 움직이는 작업을 해왔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점점 시골생활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막연하게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남편이 ‘시골 가서 살아보자’고 했을 때 믿고 함께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부부는 여러 귀농 형태를 고민하다 정부의 청년농업인 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대규모 스마트팜이나 기반 있는 영농과는 거리가 멀었다.“귀농 청년들 중에는 부모님이 이미 농사를 짓고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아무 기반도 인맥도 없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평범한 도시 청년도 시골에서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그렇게 선택한 것이 양봉이었다. 비교적 체력적으로 무리가 적고 배워가며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많은 일을 하며 살고 싶지 않았어요. 양봉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배워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지금도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가정’이기 때문이다.“우선순위는 오로지 가족이었어요. 도시 직장생활에서는 모든 게 회사 중심으로 돌아갔는데 지금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시간을 쓸 수 있어서 좋아요. 귀농 새내기라 쉽진 않지만 ‘내년엔 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이 있어요.”↑↑ 4월 21일 태어난 전한별 아기ⓒ 주간함양“햇빛과 바람 맞으며 자연 속에서 자라길”부부는 아이 역시 자연 속에서 자라길 바라고 있다.“또래 친구는 도시보다 적을 수 있겠죠. 그래도 햇빛과 바람,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컸으면 좋겠어요. 산과 들을 마음껏 다니면서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배우길 바라요.”한별이라는 이름에는 ‘큰 별’이라는 뜻이 담겼다.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반짝이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박 씨는 “세상이 흉흉하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지만,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처럼 한별이가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랑을 많이 받아야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고 생각해요. 태어나자마자 마을 전체의 축복을 받는 걸 보면서 정말 감사했어요.”실제로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따뜻한 일들이 이어졌다. 은행에 아이 통장을 만들러 갔더니 직원이 축하 의미로 작은 돈을 넣어주기도 했고, 면사무소에서는 “출생신고를 받아 너무 반갑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망신고가 더 익숙한 농촌 현실 속에서 한 아이의 탄생은 그만큼 특별했다.마천 정착을 결심한 데에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큰 역할을 했다. 체류형 교육을 마친 뒤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중 빈집 리모델링 사업 대상이던 현재의 집을 알게 됐다.“처음 마을에 도착했을 때 지리산 자락 너머 천왕봉이 보였어요. 풍경이 너무 좋았고, 기운도 참 좋게 느꼈죠. 그 순간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박 씨는 아직도 이곳 생활이 여행처럼 느껴진다고 했다.“1년이 조금 넘었는데도 아직 여행지에 사는 기분이에요. 아이 낳고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답답해서 마당만 나가도 기분이 정말 좋아요.”여름이면 집 앞 계곡에서 수영하고,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남들은 휴가철에 오는 곳에서 매일 산다는 게 행복하다”는 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인생에 주인으로2022년 지인 소개로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신뢰도 깊다. 박 씨는 남편을 “나의 막연한 불안을 잠재워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아기 낳고 행복하지만 문득 걱정이 몰려올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줘요. 정말 믿음직한 사람이에요.”전 씨 역시 “아내는 이제 육아의 동지이자 인생의 동지”라며 웃었다.물론 걱정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인프라다. 부부는 아이를 남원의료원에서 출산했다. 지역 내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진료를 다녀야 했다.“아이가 아플 때 병원이 가까이 없는 건 걱정돼요. 지역 주민들도 의료에 대한 불신이 커서 진주나 전주로 많이 다니더라고요.”그럼에도 부부는 농촌에서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도시와 다른 교육환경에 대한 고민도 생기겠지만, 작은 학교만의 장점도 충분하다고 믿는다.“아이 수가 적은 만큼 더 깊이 있는 교육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승마나 골프 같은 특화교육을 하는 학교들도 많고요. 도시에서는 다양한 친구를 만나는 장점이 있다면, 시골학교에서는 적은 친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겠죠. 한별이가 이름처럼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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