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규현 양산신문 편집·발행인6.3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산시장 선거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에 발표된 3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부산일보 의뢰 조사에서는 조문관 후보가 50.7%, 나동연 후보가 41.2%로 나타났고, 스트레이트뉴스 의뢰 조사에서도 조문관 후보 48.4%, 나동연 후보 42.2%로 조사됐다. 반면 양산신문 의뢰 조사에서는 나동연 후보가 47.6%, 조문관 후보가 43.2%로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나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당시만 해도 양산신문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다른 조사들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라고 평가하기도 했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조작된 것 아니냐", "엉터리 조사 아니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든 조사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실제 개표결과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양산신문이 발표한 조사 결과가 실제 득표율과 가장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득표율 수치를 정확히 맞춘 것은 아니지만, 승패의 방향과 후보 간 격차 측면에서 가장 실제 결과에 가까운 조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번 사례는 선거 여론조사가 단순한 추측이나 감(感)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동시에 여론조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사실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 "역시 민심이 그렇다"고 말한다. 반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뒤지는 결과가 나오면 "조작이다", "엉터리 조사다", "돈 받고 만든 조사 아니냐"고 의심한다.하지만 여론조사는 응원하는 팀의 승패를 확인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조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양식있는 태도가 아니다.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통계학과 사회과학에 기반한 과학적 조사 방법이다. 수십만 명의 유권자를 모두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를 추출해 전체의 의견을 추정하는 표본조사 방식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30여만 명의 유권자가 있는 우리 양산 지역에서도 500명 또는 1,000명 정도의 표본을 과학적으로 추출하면 전체 유권자의 의견을 상당한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사 인원이 아니라 대표성이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층의 의견이 과도하게 포함되면 결과는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서는 모집단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표본 설계가 필수적이다.특히 이번에 양산신문의 양산시장 선거 여론조사가 실제 결과와 매우 근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여론조사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론조사는 마술도 아니고 점술도 아니다. 정확한 결과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칙을 얼마나 충실하게 지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최신 조사기법을 사용하고 많은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 결과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첫째, 모집단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정 연령층이나 특정 지역 응답자가 과도하게 포함되면 실제 민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지역별·성별·연령별 유권자 구성을 실제 인구 비율에 최대한 가깝게 반영해야 한다.둘째, 질문문항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방향으로 응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여론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가 된다. 따라서 조사 문항은 응답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셋째, 조사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응답률, 표본오차, 질문지, 조사 방법 등을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가면 양산신문 여론조사의 질문지와 자세한 조사설계, 조사결과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금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초반부터 남발된 여론조사로 시민들의 피로도와 기피성이 높아서 응답율이 현저히 낮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특별한 비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통계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원칙을 얼마나 성실하게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양산신문 여론조사가 실제 결과와 거의 일치한 것도 특별한 예측 능력 때문이라기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을 충실히 준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론조사가 항상 100% 정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론조사에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요인에 따른 오차가 존재한다. 또한 조사 시점에 따라 민심이 변할 수도 있다. 후보의 실언이나 정책 발표, TV토론, 선거 막판 변수에 따라 유권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따라서 여론조사는 미래를 예언하는 도구가 아니라 특정 시점의 민심을 측정하는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 기상예보를 생각해 보자. 내일 비가 올 확률이 70%라고 예보했는데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해서 기상예보가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비가 왔다고 해서 예보가 신비한 예언이 되는 것도 아니다. 확률과 추정을 다루는 모든 과학은 일정 수준의 오차를 전제로 한다.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번의 조사 결과만 보고 선거 결과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는 흐름과 추세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접전 선거에서는 실제 투표율이나 막판 부동층의 선택이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다. 정치인에게는 국민의 생각을 읽는 나침반이고, 유권자에게는 선거 구도를 이해하는 중요한 참고자료다.선거가 끝난 지금 돌아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가 앞서면 믿고 뒤지면 부정하는 태도보다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냉정하게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론조사는 특정 진영의 승패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민심을 측정하기 위한 유용한 장치이기 때문이다.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조사는 체온계와 같다. 체온계가 건강 상태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몸의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듯이, 여론조사 역시 민심 전체를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현재의 흐름을 읽는 가장 유용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이번 양산시장 선거는 여론조사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사례였다. 선거 전에는 비판과 의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선거 후에는 실제 민심에 가장 가까웠던 조사로 평가받았다. 이는 여론조사가 과학적 원칙에 따라 수행될 때 얼마나 높은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민주주의 사회에서 정확한 여론조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대표성 있는 표본, 무작위 추출, 객관적인 질문, 투명한 공개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려는 조사기관의 노력과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려는 시민의 성숙한 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여론조사는 민심을 비추는 신뢰할 수 있는 거울이 된다. 금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양산시장 선거에서 양산신문의 확인된 높은 예측력 역시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조사원칙의 힘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